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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에 대하여-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17-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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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는 “행복한 가족이 행복한 이유는 모두 같다. 불행한 가족이 불행한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통된 요소가 필요하므로 행복한 이유는 대체로 같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한 요소는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깨어질 수 있기에 불행한 이유는 저마다 다른 것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 하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다’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막연히 동경했다. 재물을 지니고 있지 않음은 곧 부담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했고, 청빈한 관리의 삶이 행복의 길이라 여기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건전한 부의 축적은 신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라서 열심히 일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권장했다. 그에 따라 일찌감치 자본주의가 발달했다. 반면, 중세 조선의 사회지도층을 관통하는 전통적인 생각은 재물을 논하고, 재물을 추구하는 일을 선비답지 못한 저급한 일로 치부했다고 보인다. 그들이 남긴 글을 배운 후손들은 은연중에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 게 아니었나 추측해본다.

    그러나 상당한 부(富)는 행복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미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유의 이야기는 잠꼬대 같은 소리가 되었다. 필자는 서른 살 무렵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논산훈련소에 입소해서 훈련을 받으면서, 열 살 넘게 어린 훈련소 동기들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줄줄이 꿰고 있고 특정 직업의 대략적인 연봉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은 일이 있다. 열 살 차이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의 재물에 대한 생각은 분명히 필자와는 달랐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상당히 많은 돈을 모은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다. 필자도 그들이 많은 재물을 모은 것이 부러웠고, 그 비결이 궁금했다. 부는 규모에 따라 축적하는 방법이 좀 다른데, 어느 정도 규모의 대중적인 부는 스스로 열심히 일하고 성실히 관리하고, 건전하게 살아가면서 이룩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큰 부를 축적하는 일은 우선 본인에게 재운(財運)이 있어야 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보통 사람이 가지지 못한 의지나 때에 따라서는 집착이 있어야 한다고 보였다.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아 올 수 있는 무자비함과 잔인함까지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거부(巨富) 자체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높은 계급을 징표하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업주의 가게 옆에 직영점을 내서, 경제적으로 파탄에 이르게 했고 그 업주는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재물이 자신에게 운 좋게 들어온 것인지, 또는 다른 사람의 것을 부당하게 뺏은 것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그 재물이 바로 본인의 정당성이라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피해 업주의 가게에서 올리는 수입은 피해자에게는 전부이지만 자기에게는 보잘것없는 것임에도 자기가 거느린 다른 업주들에게 본보기를 위해 그마저도 빼앗으려 했던 것이다.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는 한 끼를 먹지 못해서 목숨을 잃는 아이들도 있지만, 지구상 그 어딘가에는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들이 마구 버려지고 있다.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사람들 옆으로 명품을 휘두르고 물 쓰듯 돈을 쓰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왜 똑같은 사람이 이렇게 달라야 하느냐는 존재론적인 고민을 하다가도, 다시 스스로의 호구지책을 걱정하면서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인가 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안빈낙도의 아름다운 교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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