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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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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 배한봉 시인

“자연과 지역성이 문학의 강력한 자양분”
“창원·창녕 등 생활 근거지서 시적 상상력 발동
새와의 친근성 담은 작품으로 ‘생태시인’ 별칭

  • 기사입력 : 2017-08-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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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 지는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로/새들이 빨려 들어오고 있다, 벌겋다, 한꺼번에 뚝뚝, 선지빛으로 떨어지는 하늘의 살점 같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저 장관/창원공단 퇴근길 같다// 삶이 박아놓은 가슴팍 돌을 텀벙텀벙 단체로 시원하게 물속에 쏟아내는 몸짓 같다, 온몸으로 그렇게/삶을 꽉 묶어놓은 투명한 끈을 풀고/집으로 돌아오는 가장들,/그 질펀한 힘이 선혈 낭자한 시간을 주남저수지 물바닥에까지 시뻘겋게 발라놓았겠다 - 주남지의 새들 중 일부 -

    햇빛이 바삭거리는 여름날, 배한봉 시인과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시집 창작 배경지인 ‘주남저수지’를 걸으며 소감을 들어봤다. 배 시인은 “12년 만에 나온 시집인데 생각지 못한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20대 때 한글대장경으로 만났던 김달진 선생의 이름과 살고 있는 창원의 이름으로 주는 상이라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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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봉 시인이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주남지의 새들’ 창작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배 시인은 ‘우포늪 악새’의 탄생지인 창녕에서 창원으로 이사한 지 10년쯤 됐다고 했다. 생태시인이라는 별칭을 가져다준 전작 ‘우포늪 왁새’와 새 시집은 ‘우포늪’, ‘주남지’ 등 물새 서식지로 유명한 습지 명칭이 들어가고 ‘새’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배 시인은 생활 근거지에서 시적 상상력을 발동한 탓이라고 답했다. 짐작건대, 고향의 습지에 철따라 수많은 새들이 들고나고 하는 것을 보며 자라서인지 그때 잠재된 새와의 친근성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생태를 주제로 시를 쓰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생태주의는 단순한 오염과 자연 고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새로운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개념 이해를 도운 배 시인은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자연과 결별해 살 수 없어요. 자연은 추상적인 게 아니라 우리 삶 한가운데 있는 구체적인 거거든요. 시는 ‘문명의 그늘’에 익숙한 요즘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고 답했다.

    시집엔 ‘만다라의 꽃’이나 ‘수련’ 등 종종 불교나 동양사상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배 시인은 “20대부터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동양사상을 공부했는데 불교 서적도 많이 읽었죠. 그때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을 알고 보니 김달진 선생이 번역했더라고요. 선생의 이름이 빛나는 문학상을 받게 됐으니 인연이 있나 봅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자로서 창원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그는 시적 공간이 창원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창원 근·원교에서 얻은 시들이 다양하게 수록돼 있다고 했다. 그의 문학적 지역성을 강조한 셈이다.

    배 시인은 행정적, 정치적 지역성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창조적 개성이 있는 문학적 공간으로서의 지역성을 제시했다. 소월이나 백석, 영랑, 미당, 목월, 박재삼, 송수권 시인이 보여주었던 지역성처럼 우리 지역에 있는 시인들도 문학의 강력한 자양이면서 실제화된 의미있는 공간의 지역성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지역성의 획득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과 삶과 자연의 조화로움에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 시인은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상을 받았으니 더욱 부지런히 우리가 사는 세계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시를 쓰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글·사진=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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