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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가 필요한 시기-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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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진해에서 4박5일간의 여름 휴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것은 물론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국내외 현안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놓고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외 난제들이 한꺼번에 문 대통령 앞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출발해야 했던 악조건 속에서도 파격적인 소통 행보와 개혁의 실천으로 전례 없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난제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면서 국정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현안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따른 후속 대응이다. 북한이 ICBM급 발사를 두 차례 감행하면서 ‘베를린 구상’으로 대변되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이 시작부터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ICBM급 2차 발사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임시배치를 결정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필수 요건임을 확인하면서도 그 방식은 반드시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미국의 주장대로 강력한 압박과 제재 외에는 방법이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베를린 구상’대로 대화는 계속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뜻대로 북한이 핵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응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임시배치가 결정된 사드 발사대 문제도 문 대통령에 앞에 놓인 난제 중 하나다. 당장 국내 보수 진영과 미국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사드 부지인 경북 성주 주민을 비롯해 국내 반대 진영,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잇따라 열린 한미·한중 양자 외교장관회담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중대한 조치”라며 환영한 반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개선되는 양자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관련 공론화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기조 천명에 이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의 완전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면서 찬반으로 나뉜 여론은 연일 강도 높은 설전을 펼치고 있다. 이 문제는 전력업계와 시민단체, 학계와 지역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후유증이 오래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휴가 중 페이스북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이 각 분야 저명한 인사들의 초청 강의를 엮은 책인 ‘명견만리’를 읽은 사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 변화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겪어보지 않은 세상이 밀려오는 지금, 명견만리(明見萬里) 한다면 얼마나 좋겠나”라면서 “개인도, 국가도 만 리까지는 아니어도 10년, 20년, 30년은 내다보고 세상의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고 적었다. 정말 문 대통령에게 명견만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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