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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속도-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17-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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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은 1945년의 광복, 1948년의 정부수립, 1950년의 한국전쟁, 1960년의 4·19.혁명, 1987년 6월 항쟁에 비견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 역사에서 분수령이 되던 해였다.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시기 상당수 국민이 탄핵을 찬성하면서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들었고, 또 상당수 국민들은 탄핵을 반대하면서 태극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매일매일이 일촉즉발의 긴장상황이었다. 국민들 간의 반목이 첨예했으므로, 언제든지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계엄 운운하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도 들렸으며, 화약고와 같은 북한도 언제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극단적 돌출행동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일은 늘 어려웠다. 한국전쟁 중 이승만 대통령이 발췌개헌(대통령 직선제)을 했을 때 영국 ‘더타임스’의 한국전쟁 종군기자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성숙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몇 번이나 큰 민주주의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헌법에 규정된 절차대로 탄핵심판이 마무리되는 동안 대한민국의 안정이나 근간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세계 모든 사람들은 엄청난 인파가 모인 자리에서도 특별한 유혈사태 없이 헌법이 규정한 시스템에 따라 평화적인 정부이양을 이루어내는 우리를 보고 놀랐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되, 서로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 다수결의 원리를 통하여 그 갈등을 해결한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통하여 말할 수 있는 자유(freedom of speech)를 보장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상대방을 탄압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극단적인 정치견해라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보장하되,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없기에 견해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한다. 극단적인 정치 견해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스스로 사멸한다.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는 인권을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집단지성을 실현하게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은 특정한 이슈에 대하여 국민들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개혁의 속도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 있다. 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고 있다. 임금을 올려 사람들이 잘살 수 있게끔 한다는 말은 옳다. 젊은이들이 일할 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것도 구제해야 한다. 그러나 각각을 떼어 놓고 보았을 때에는 모두 옳지만, 두 가지를 합하여 놓고 보면 모순될 수 있다.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퇴출되게 되고, 냉혹한 시장에서 최저임금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고 평가되는 노동자도 퇴출되게 된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그 업을 접으라는 말도 한다. 이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말이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한다는 좋은 취지가 실제 시장에서는 눈물겨운 한계 자영업자나 한계 노동자를 퇴출시키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지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해 내겠다고 했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재정을 줄여서 복지의 증진을 이루어 내겠다는 어이없는 대책이었다. 결국은 이도저도 아닌 채 끝나고 말았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각각 지당한 목표를 모두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현실에 따른 점진적인 접근이라고 본다.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김 상 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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