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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개혁을 위한 또 다른 길- 정재욱(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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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북핵이라는 시대적 현안에 떠밀려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피니언 그룹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여론을 적셔 왔던 것이 지방분권개혁에 대한 논의였다. 지방분권개혁에 대한 논의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필두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핵심적 정책과제, 행정안전부의 청와대 핵심 업무 보고, 정부 산하 관련 위원회의 설치·운영, 관계자들의 각종 발표 등을 통해 시대정신으로 자리하였다. 이에 더하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분권개혁의 전령처럼 지방분권개혁의 필요성과 방향 등에 대한 설명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소위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상생활 터전이 갈수록 얼마나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러기에 지방분권개혁에 대해서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지 일단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더구나,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처럼 지방자치단체에게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에 대한 실질적 보장과 함께, 이를 담보하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6대 4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말에는 박수를 넘어서서 감사의 축원과 기도를 드릴지도 모를 일이다. 김 장관은 이와 같은 정책 내용에 더하여, 지방분권개혁을 위한 법제도적 터전 마련을 위해 헌법 개정을, 그것도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개혁(안)을 담은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하니, 이에 대해 더 이상 말할 거리가 없을 것 같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제도의 실현을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일군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있어 왔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와 같은 주장을 일정 수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장관의 발언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면, 취지나 관계 내용 등은 좋을지라도 이에 따른 결과물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지방분권개혁과 관련하여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던 것 같다. 예컨대, 한국 사회에서 집권 초기에 지방분권개혁을 들고 나오지 않았던 정권은 얼마나 되었으며, 초기의 목표를 달성하였던 정권은 얼마나 되었던지를 돌아볼 때, 더욱 그렇다. 하물며, 이번에는 연방정부 수준의 지방분권개혁을 위해 헌법 개정까지 하겠다고 하니,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에 대해서는 저어하는 마음이 무게를 더한다.

    헌법 개정을 통한 지방분권개혁의 제도적 기반 구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절차적 복잡성 등으로 오히려 목표 달성에의 역기능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연방정부적 행태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헌법 개정에 따른 이해관계 집단 간의 간단하지 않은 이해득실, 특히나 야당의 이견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집행부 일부는 헌법 개헌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비쳐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볼 때, 비록 흑묘백묘(黑猫白猫)식의 접근은 아닐지라도, 지방분권개혁을 위해서는 헌법 개헌적 접근 이외의 방법도 충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일본은 2000년 소위 제3의 유신에 해당되는 대대적인 지방분권개혁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많을 헌법 차원의 접근보다도 지방분권추진일괄법과 함께 지방자치법을 중심으로 한 제도개혁을 추진·달성하였다. 참여정부 역시 혁신도시건설 등과 관련하여 개별 입법적 차원의 접근을 통하여 지방분권개혁의 일단을 성사시켰다. 정권은 짧고, 논쟁점은 많으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길다. 지방분권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잠 못 드는 고뇌의 밤을 그려본다.

    정재욱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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