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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경제’와 ‘차칸 경제’- 이문재(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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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 ‘착한가격’, ‘착한가게’, ‘착한기능’ 등 ‘착한’이라는 접두어가 많이 등장했다. 그동안 얼마나 ‘나쁜’ 것들에 당하고 속았는지의 역설이다. 일단은 관심이 쏠리고, 믿음이 간다. 가짜나 엉터리에, 또 사기 수준의 바가지에 한 두번씩은 속았기에 ‘착한’은 잃은 것을 되찾은 듯 즐겁다. 개인적 경험이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착한’에 배신을 당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착한’을 앞세운 가게를 찾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가성비가 엄청 높다. 가끔 ‘착한’이 우락부락한 사내의 팔뚝에 거짓으로 새겨진 ‘차카게 살자’ 마냥, 한순간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런 준비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맞닥뜨린 한국의 자본주의는 오로지 성장만 강요했다. 개인은 ‘출세’를 좇아, 또 국가는 ‘발전’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다. 개인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인지, 국가의 발전이 개인에게 행복인지 따지지도 않고 냅다 달려왔다. 때문에 인권, 환경, 평등, 정의 등 보편적인 선(善)은 설자리가 없었고, 논란의 대상도 아니었다. 배가 고플 때는 배를 채우는 게 궁극의 목적. 밥상 문화가 있을리 없고,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게 허겁지겁 먹다보니 남겨진 밥상은 엉망이 됐다.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부의 불평등, 노동자 인권침해가 다반사가 됐다. 인생으로 치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친 셈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의 반성에서 시작된다. 자본주의의 병폐인 경제적 불평등이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장경제와 달리 자본주의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사람과 분배,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중심에 둔다. 1800년대 초 유럽·미국에서 등장했고, 우리나라는 1920년대 농민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태동됐다가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크게 발전하게 된다. 높은 실업률과 고용 불안정, 빈부 격차 심화 등의 해소 방안으로 등장했다. 공정무역, 사회적 기업, 지역화폐, 마을기업 등이 대표적 형태다.

    이들 중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해 온 기업과 달리, 사회적 가치를 우위에 두고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 영업 활동을 한다. 특히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으로 이끌고, 지역 사회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 윤리 경영문화 등에 의의를 둔다. 한국에서는 2000년 이후 복지와 고용창출 관점에서 시작됐다. 10년간 양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했는데, 2007년 50개에서 현재 1800여개가 활동하고 있고, 종사자수는 4만명을 넘어섰다. 종사자 절반 이상이 취약계층이다. 경제규모는 약 2조원, 기업 5년 생존율은 80%를 웃돈다. 경남지역 사회적 기업은 84개로 전국 4.5%, 종사자는 1600여명이다. 인구 10만명당 기업 수 2.4개로 전국 최하위다. 경제와 인구규모에 비해 초라하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관심 부족, 사회적 경제주체 간 소통·연대 미비, 연구·교육 인프라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환경보전. 경제 활성화 등 보여지는 성과뿐 아니라 정의, 평등, 인간애 등의 실천이기도 하다. 우리사회에 나쁘게, 엉터리로 변질된 많은 것을 ‘착한’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경제활동이다. 모두의 관심으로 가꾼다면 ‘차칸’으로 위장한 시장경제의 숨구멍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지역 ‘착한경제’의 점진적 발전을 기대해 본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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