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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Nudge)’로 기업성장과 일자리창출 이끌자 - 배은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7-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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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 시카고대 교수인 리처드 H. 탈러가 선정됐다. 2009년 처음 국내에 번역본이 소개된 그의 책인 ‘넛지(Nudge)’가 다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고 한다. 그의 수상 이후 한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전보다 18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고도 한다. 덕분에 나도 서재를 한참 뒤져서 내용마저 잊어버렸던 책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착안한 ‘넛지 이론’은 경제 주체들에게 강제적인 지시나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부드럽게 개입하는 쪽이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변화에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하라고 하면 괜히 하기 싫어지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킨다. 대표적 사례는 남자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은 아이디어로 소변기 밖으로 새나가는 소변량을 80% 줄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라는 어떤 경고나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 없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거창하게 ‘넛지’라는 행동경제학 개념을 이용했다고 하지 않더라도 이런 유사한 개념을 산업단지 환경 개선에 도입한 사례들이 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 공장용지를 분양받아 공장설립 승인(입주계약)을 받은 기업들은 담장을 설치할 때 답답한 느낌을 주는 비투시형 담장 대신 투시형으로 담장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외부에서 담장 너머로 기업 내부를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공장 안 정리정돈뿐 아니라 잔여 부지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고 근로자들을 위한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등 스스로 공장을 쾌적하게 가꾸는 노력을 기울였다. 담장을 투시형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이 기업들이 스스로 사내 환경정비에 노력하도록 만든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최근에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직접 개발해서 분양, 관리하고 있는 김해골든루트산업단지다. 이 산업단지는 입주 초기부터 산업단지 내 도로와 사용하지 않는 부지에 쓰레기 투기로 골머리를 앓았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보았지만, 쓰레기는 크게 줄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산업단지 내 도로와 사용하지 않고 있는 부지에 꽃길과 꽃밭 조성이었다. 꽃길과 꽃밭은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쓰레기 투기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작년 산단공에서는 전국에 있는 아름다운 공장을 선정하고 그 공장에 숨은 이야기들을 책과 동영상으로 엮어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유는 공장을 아름답게 꾸미고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데 노력하는 기업들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기업들에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을 쾌적하게 꾸며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넛지 이론을 산업단지 환경 개선에 활용한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했지만, 그 활용범위는 다양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급격한 기업환경 변화 속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경제 주체인 기업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넛지가 필요한 실정이다. 얼마 전 기업들과 일자리 창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어려운 경제 여건 아래에서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부드럽지만 강한 넛지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배은희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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