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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 전강준(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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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매년 이맘때쯤 국민가요가 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1년 중 가장 좋은 날이 이날, 이때쯤이지 싶다. 11월에는 앙상한 겨울을 맞기 위한 떨쳐내는 준비기간처럼 느껴지고, 가을의 풍요로움을 간직하기에는 10월의 이 무렵이다.


    이 노래가 히트한 것이 1982년이라 하니 벌써 35년이 지났다. 엊그제 흥얼거린 것 같은데 세월의 무상함마저 든다. 이 노래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작사가나 가수 역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현재 지긋하게 나이 든 어른의 모습이리라 생각된다.

    젊은이보다 50대의 중년들이 이날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이 때문인 것 같다. 세월의 흐름에 붙잡을 수 없는 젊음, 그래서 되새길 추억만 커지는, 뭔가 아쉬움만 많아진다.

    기억 나는 10월 말쯤의 모습이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나락 베는 모습 몇 번 볼 수 있을까.” 누렇게 물든 들판을 보며 한 지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런 와중에 어김없이 10월의 마지막 밤은 왔고, 몇몇 지인들 간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다.

    그다음 해에도 이 시기쯤 똑같은 말을 되새겼다. 그렇게 한두 해 넘기던 지인은 나락 베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못하고 끝내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10월의 마지막 밤의 만남도 그때부터 잊고 살았다.

    먹고살기가 빠듯해서 그런지 눈 깜짝할 사이에 계절의 흐름도 느끼지 못한 채 수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이가 아마 비슷했을 것이다. 계절적 감각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50대 중반을 넘기면서였다.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도 나잇살 때문처럼 느껴진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며 만남이 이뤄진다. ‘~데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에는 뭔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40~50대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의미 부여에 익숙한 20~30대의 젊은이들도 핼러윈데이까지 겹치면서 다양한 이벤트로 이날을 보낼 것이다.

    경기는 썩 좋지 않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 등 개업과 폐업이 반복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필요한 것도 ‘만남’으로 ‘소비’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족간, 친구간, 동료간, 연인간, 선후배간 등 어떤 관계든 만나 열두 달 중 열 달을 보내는 마음을 함께 정리해보고, 마지막 두 달에 못다 한 것을 실현해 봤으면 한다.

    또 이날을 기점 삼아 각 지역의 축제나 문화행사 등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락 베는 모습을 한 해로 보듯 우리 삶에 시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많지만은 않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이 꿈을 주고,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시월의 마지막 밤이 젊은이들에게 사랑이 살아나고 사회로서는 경기가 펴지는 날이 됐으면 한다. 그래서 의미 부여하기 가장 좋은 날에 최대한 많은 만남으로 활기찬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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