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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방분권개혁, 일본의 경험, 상생적 접근- 정재욱(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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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지역사회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심한 몸살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몸살기는 지금과 같은 국가운영방식 하에서는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면에서 지역사회는 어두운 마음으로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 섞인 하소연을 하고 있다. 말인즉슨, 지방분권개혁을 과감히, 폭넓게, 조속히 실시해 지방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확실히 지금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가장 생동감 있는 말은 지방분권개혁일 것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지역사회와 지방사람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분권개혁의 필요성과 조속한 시행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지방사람 마음처럼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도리어 중앙집권적 체제에 대한 암묵적인 추동과 함께 이의 확대·재생산에 편승하는 경향도 일부 있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지역사회가 그동안 보여줬던 중앙정치권력을 향한 강한 짝사랑은 물론 상당 수준의 부러움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지적의 하나가 헨드슨(Gregory Henderson) 교수의 글이다. 그는 한국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소용돌이 정치학’(Korea : The Politics of Vortex)이란 저서를 통해, 한국 사회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중앙정치권력을 향해 마치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처럼 좌우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풍토는 중앙집권체제에 대한 암묵적 지지 기반이 된다고도 했다. 물론, 그의 인식에는 한계도 있겠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가 보여줬던 중앙권력을 향한 강한 집착과 지역사회에 대한 상대적 경시 풍토에 대한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 잠재했던 이와 같은 뿌리 깊은 중앙집권적 행태가 그동안 국가동원적 체제 하에서는 국가발전에 일정 수준 기여했던 바도 있었겠지만, 세계화에 따른 국가 간·지역 간 경쟁이 격화돼 가는 지금에는 중앙정부에 대한 행정 피로감의 증대는 물론, 지역사회의 창의적 자치력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이 제3의 유신으로까지 표현됐던 2000년의 일본 지방분권개혁의 추진이다. 당시 상당수 중앙권력층은 중앙과 지방을 대등·협력적 동반자 관계로의 대대적 지방분권개혁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급속히 진행되는 세계화 속에서 국가경쟁력의 확대·강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직간접으로 관여했던 다양한 형태의 지방행정사무를 지방에 넘겨줌으로써 지방자치력의 확대·강화는 물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행정 여력을 중앙정부의 고유기능에 보다 집중적으로 투입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의 확대·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분권개혁은 추진됐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당시 일본의 지방분권개혁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강한 중앙정부의 구축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지방분권개혁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력 확대는 물론 중앙정부의 고유기능인 외교·통상·안보(국방)기능이 더욱 확대·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지금 한국의 지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몇몇 상황은 일본이 지방분권개혁을 단행했던 당시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중앙정부의 폭넓은 지방행정 관여, 중앙정부에 목을 매는 취약한 지방재정, 경쟁력을 잃어가는 지역경제기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역인구 감소 등이 그렇다. 일본의 경험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지방분권개혁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힘을 가진 쪽은 중앙정부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껍데기뿐인 지방분권개혁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멋진 구호가 아닌 중앙정부의 경쟁력 강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재욱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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