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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사람 중심의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 백점기(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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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제천 화재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밀양에서 큰 인명 피해를 낸 화재 사고가 또 일어났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큰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의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기치로 출범했다. 안전에 관한 한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음에도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육상이나 해상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인명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고 유형은 화재, 폭발 그리고 선박침몰이다. 특히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화재 또는 폭발사고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인명 손상을 동반한다. 이들 사고는 단순히 주의를 더 기울인다고 해서 완벽하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선진화된 과학기술을 응용해 지능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뤄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위험설비 또는 다중이용 시설의 주인과 안전 관리 책임자는 사고 위험도를 계량화시켜 보자. 사고 위험도는 발생 빈도수와 피해 규모의 곱으로 계량화시키면 된다. 발생 빈도수는 아주 드물게 발생(1점), 드물게 발생(2점), 평균적으로 발생(3점), 자주 발생(4점), 아주 자주 발생(5점)으로 정의해 보자. 피해 규모는 아주 소규모 피해(1점), 소규모 피해(2점), 평균적인 피해(3점), 대규모 피해(4점), 아주 대규모 피해(5점)로 정의하자.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는 대규모 피해로 잡는다(4점 이상). 만일 사고 위험도가 4점을 넘으면 지금 당장 안전 대책을 세우자.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를 줄여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안전 대책이다.

    화재 폭발 사고를 예로 들어 보자. 발생 빈도수는 인화 및 유독 물질의 유출 빈도수와 점화 빈도수의 곱이다. 안전 대책으로서 화재 폭발 발생 빈도수를 줄이기 위해 가스 등 인화 및 유독 물질의 유출을 없애고, 불꽃이나 전기 스파크 등 점화원을 없애야 한다. 피해 규모를 줄이는 방법은 탈출 경로 확보, 소화 장비 설치, 인화 및 유독 물질 조기 자동 감지 시스템 설치, 불에 잘 타지 않는 재질 사용, 환기 시스템 설치, 방화문(벽)과 방폭벽 설치,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이 있다. 화재 폭발 안전에 관한 법규는 최소한의 안전 규정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지 안전을 완벽하게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하자. 안전 문화의 생활화를 위해 공공기관, 기업체에서는 모임을 시작할 때 만일의 사고 발생 대비 안전 유의사항을 안내하자. 또 식사 때 구성원들이 차례로 안전에 관한 에피소드를 한 가지씩 소개하는 문화를 만들자.

    사람 중심은 돈보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최우선한다는 것이다. 돈 벌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시하는 사회풍조를 만들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생명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파괴된 물질은 회복이 가능하지만 한 번 없어진 생명은 돌이킬 수가 없다.

    삶의 질 향상은 생명에 직결된 안전 담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국가 정책은 물론 개인 사업의 최우선 순위를 안전에 둬야 하는 이유다. 인구 밀집지역이나 다중 이용 설비에 대해서는 화재 폭발사고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사고를 전문적으로 제어 관리할 담당자가 꼭 필요하다.

    소방서의 전문 인력을 대폭 증원해 다중 이용 설비를 예외 없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비상 훈련을 엄격하고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안전에 관한 한 당국의 엄격한 무관용 원칙 적용이 요구된다. 선진국 일수록 안전규정 원칙의 적용이 엄격하다. 또 지능형 안전사고 위험도 평가 관리 체계 구축에 국가 차원의 우선적 투자가 필요하다. 안전이 담보될 때 비로소 사람 중심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안전이 먼저다.

    백 점 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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