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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식량권을 명시해야 한다- 김종덕(경남대 명예석좌교수)

  • 기사입력 : 2018-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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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지만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개정 헌법에 포함할 내용보다 헌법 개정 투표의 시기를 갖고 씨름하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바뀐 정치적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여전히 국익이나 국민의 권익보다 당리당략에 의거해 헌법 개정에 임하고 있다.

    이번 헌법 개정에서는 5년 단임 무소불위 대통령제를 보다 권력분산적인 민주 체제로 바꾸는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바뀐 국내외 여건을 반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헌법 개정에서 우리가 직면한 농업과 먹을거리의 문제를 감안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 식량권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식량권은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에서 공표된 인간의 기본적 권리다. 인간은 누구나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식량권은 식량의 적절성에 대한 측면, 식량접근의 측면, 식량의 지속가능성 측면으로 구분된다. 식량의 적절성은 영양과 안전 이외에 문화적인 기준에서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접근도 물리적, 경제적인 기준의 충족이외에 위엄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식량의 지속가능성도 생태적, 경제적 기준 이외에 사회적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식량권은 유엔에서의 논의를 거쳐 식량권 보장까지 발전되었다. 이에 의하면 개인은 식량권을 갖고, 국가는 식량권을 존중, 보호, 충족시킬 의무를 진다.


    우리나라는 유엔회원국이고, 유엔이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권을 헌법에 명시하지 않았다, 식량권이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식량권과 식량보장과 관련된 국가의 책임 있는 정책과 조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국가의 식량보장 정책이 가족과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수준이 된다.

    또 국가의 식량보장 정책이 응급적 혹은 시혜적 성격을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그리하여 국가가 식량빈곤의 증대, 식량 불평등의 심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식량권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국민들은 국가에 대해 식량권 보장을 적극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나 지자체에 대해 식량권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헌법에 식량권을 명시하는 것은 국가의 식량권 보장에 대한 의지로도 볼 수 있다. 법률에 식량권에 관한 권리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때 재판가능성이 확보될 실질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헌법에 식량권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에서 식량권을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다. 헌법에 식량권을 명시한 국가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포함해서 56개국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안전한 식량을 공급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낮고, 세계시장에서 식량의 안정적 공급의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식량보장이 우려가 된다. 문제 음식의 섭취로 인해 음식관련 질병도 늘어나고 있다.

    식량과 관련된 세계시장의 여건 그리고 문제의 식량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국가가 식량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하고, 이를 위해 식량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유엔회원국으로서 회원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도 유엔이 권고하는 식량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좀 늦었지만, 우선 헌법에 국민의 식량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어서 제정되는 하위법에서는 국가 및 지자체 등이 법에서 정한 식량권 보장을 하지 않을 때의 법적 조치까지 적시해야 한다. 식량권의 법제화는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필요하고,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농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김종덕 (경남대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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