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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에 흥분됩니까- 이학수(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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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남신문 창간 72주년을 앞두고 단체 참배를 간 날이다. 일행을 기다리던 중 주차장 근처 휴게소에서 70대로 보이는 어르신들의 대화가 들렸다. “문재인이가 김영철이한테 90도로 인사를 다 하고 그게 대통령이 할 짓이가” “나라가 우찌 될란고…” “어제(2월 26일) 서울에 사람이 많이 모였대. 이번에는 못 갔는데 3월에는 꼭 가야겠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을 두고 시국담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26일 집회는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김영철 방한규탄대회를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장탄식에 울분을 토하며 나라 걱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90도로 인사했다는 얘기는 그날 처음 듣는 소리였다. 다음날 SNS에서 그 출처를 찾았다. 김영철 부위원장을 영접하는 호텔 관계자가 고개를 숙이며 악수하는 통신사 사진에 누군가가 ‘문재인’으로 설명을 달았다. 사진 자체가 합성된 것은 아니지만 의도를 가지고 텍스트를 입힌 ‘가짜뉴스’였다. 이 뉴스는 현 정부를 곱게 보지 않는 보수 쪽 사람들에게 좋은 소재거리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이 등장하는 행사라면 공식 풀기자가 아닌 이상 근접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짜뉴스는 정파적 혹은 경제적 이익을 찾아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기사 형식으로 만들어 배포한 것을 말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가짜뉴스는 쉽게 가공돼 빠르게 퍼진다. 이는 올바른 정보의 유통을 방해하고 언론의 가치를 훼손한다.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5월 6일까지 적발된 가짜뉴스는 무려 3만8657건. 2012년 대선 당시 7201건에 비해 5배가 늘었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3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진행한 가짜뉴스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짜뉴스 2개와 가짜뉴스 4개를 10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제대로 구분한 사람은 19명(1.8%)에 불과했다. 5개를 맞힌 응답자는 139명(12.8%), 4개를 맞힌 응답자는 317명(29.2%)이었다. 그만큼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이 조사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이 83.7%, 가짜뉴스로 인해 우리 사회의 분열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83.6%였다.

    경남신문도 얼마 전 가짜뉴스로 피해를 봤다. 시사블로거를 자처하는 한 블로거는 본지 보도내용을 확인도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창원시장 후보를 경남신문이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식으로 악의적 글을 올렸다. 그 사람은 블로그 글을 SNS로 유통시키고, 그의 페친들은 덩달아 옮기기도 민망한 댓글을 달며 부화뇌동했다. 그가 경남신문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잘못된 글을 올린 것인지, 확인을 하고도 일부러 그런 글을 올렸는지 알 수는 없다. 이 블로거는 글을 내렸지만, 책임있게 사과하는 용기는 없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연초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가짜뉴스는 언론의 공적이고, 사회의 공적”이라며 가짜뉴스를 없애는 일에 업계가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관련 제도가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독자들도 가짜뉴스에 흥분하기보다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에게 크게 흥분해야 한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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