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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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인, 그리고 유권자-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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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한 말이다. 우회적으로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한 말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그토록 바라던 말이 아이러니하게 검찰에 소환된 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게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다른 대통령은 문제가 없었나. 1~3대 이승만 대통령(1948~1960년)은 4·19 혁명으로 하야했고, 4대 윤보선 대통령 (1960~1962년)은 혁명 후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안정시키지 못해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에게 정권을 넘기며 2년 만에 하차했다. 5~9대 박정희 대통령 (1963~1979년)은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으나 중정부장 김재규의 흉탄에 맞아 최후의 순간을 맞았으며, 10대 최규하 대통령(1979~1980년)은 임시(?) 대통령이나 다름 없었고 신군부의 등장으로 사임했다.

    11~12대 전두환 대통령(1980~1988년)과 13대 노태우 대통령(1988~1993)은 지난 1995년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돼 두 대통령이 법정에 나란히 서는 세계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1993~1998)은 집권 말기에 아들 김현철의 비자금 사건으로, 15대 김대중 대통령(1998~2003)도 아들 3명의 비리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다. 16대 노무현 대통령(2003~2008)은 검찰 수사 후 자살한 데 이어 17대 이명박 대통령(2008~2013), 18대 박근혜 대통령(2013~2017)으로 이어졌다.

    “박수받으며 퇴장한 후 동네주민들과 격의없이 지내며 평범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하는 대통령을 한국에서 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청와대 주인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그렇잖아도 ‘성배’는 위험한 잔인데, 그동안 주인들이 성배에 스스로 독을 집어넣어 마셨으니….

    대통령 뿐인가. 지방으로 내려가 보자. 예컨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논란에 휘말린 사실을 접한 후 국민들은 충격을 지나 허탈해하고 있다. 공무원 승진 대가로 공무원 3명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고 5000만원 상당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임창호 함양군수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지난달 22일 발부됐다. 지역주민들은 1인당 최소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 거래(?)됐다고 말하고 있다. 도내 절반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승진인사 때 뇌물이 오가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게 공직자들의 입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나 자치단체가 범죄집단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세상의 모든 것은 매일 변화하며 진화하는데 공직사회는 아닌가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뿐이다.

    왜 이럴까?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 처음부터 비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인은 과정을 무시한 채 당선에만 급급하다. 수단과 방법을 안가린다. ‘왜 자신이 선출돼야 하는가’를 유권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선의 급급함 보다 우선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질이 부족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는 출마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치인에게 욕만 해대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유권자들은 출마자, 즉 단체장·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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