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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오근영(변호사)

  • 기사입력 : 2018-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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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회에서는 말을 잘하는 것이 엄청난 경쟁력 중의 하나가 됐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달변가들 같은데, 나는 어찌된 탓인지 연차가 쌓일수록 말을 아끼게 된다. 말의 무게, 말의 영향력을 깨닫게 되어서일까. ‘듣기’를 잘하려다 보니 그 반대급부로 나의 말수가 줄어들기도 했고, 나의 말할 기회를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것도 미덕인 셈 친다. 요즘 사람들은 저마다 상대방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어 하고, 자기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말을 ‘많이’ 해야지만 그 말하기가 잘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겉으로는 유창해 보여도 당최 말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변론이 그것이며, 중언부언 말의 양만을 늘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려는 것 또한 그러하다. 정말 좋은 말하기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되 듣는 사람이 피로하지 않도록 잘 정리해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함부로 아무 말이나 할 수가 없다. 나의 말은 상황에 따라 의뢰인에게 사건과 관련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법정에서 어떠한 구속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열 번 말을 하기 전까지 스무 번 생각하고, 표현을 다시 한 번 더 다듬는 이유다. 그리고 말이라는 것은,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목소리 크기와 어조 등을 통해 그 사람의 당시 감정도 함께 전달되기 마련이다.

    나도 사람인데, 마음이 상하거나 지치는 순간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나의 나쁜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만 같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정확히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일이 태반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화 당시의 분위기나 감정은 뚜렷하게 기억나는 경우가 많다. 휘발성이 진한 ‘말하기’는, 오히려 ‘쓰기’보다 그 사용을 조심히 하고 경계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여전히 통용되는 교훈이기에, 내 입에서 나오는 나의 말이 어떤 색깔과 온도를 가지고 있는지, 오늘도 꾸준히 공부 중이다.



    오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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