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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혐오’ 없는 건강한 사회-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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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촬영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 모델 안 모씨가 지난 12일 경찰에 구속됐다. 동료인 남성 모델과 함께 일하러 갔다가 휴게공간 이용 문제로 다툰 게 이번 범죄의 배경이다. 휴대전화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으면서 생활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 필수품으로 피해자인 한 개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는 점에서 안 씨의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안 씨의 범죄행위에 더해 나체 사진을 게시한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해당 사진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안 씨가 워마드 회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워마드 폐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 사이트의 범죄행위가 악랄하다. 남녀평등을 위한 목적 뒤에 숨은 범죄일 뿐이다”며 폐쇄를 촉구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워마드는 여성우월주의 성향의 대표적인 남성 혐오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남성 모델 사진이 게시되자 일부 워마드 회원들이 모델을 조롱하는 댓글을 달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워마드는 그동안 ‘남탕 몰카’로 홍역을 치렀고, 지난해에는 호주 남자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게시물을 올린 20대 여성이 현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 건강한 논의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

    워마드와 함께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의 폐쇄 주장도 불거져 나온다. 일베는 워마드와는 대척점에서 여성 혐오의 게시물을 다수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베의 여성혐오는 왜곡된 남녀평등 혹은 양성평등의 논리를 바탕으로 이 사회에서 남성이 피해를 입는 원인을 여성과 페미니즘으로 돌린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논란이 되는 등 남녀 간 가해와 폭력의 문제가 화두로 되고 있다. 워마드나 일베의 상대를 향한 극단적인 혐오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남성과 여성의 갈등만 더욱 조장할 뿐이다. 하나의 성별을 우위에 두고 나머지 성별에 대한 혐오감을 확산시키는 문화에 익숙해지면, 갈수록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만 흐려지게 된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다른 사람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결코 안 된다. 사이버 공간은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표현의 자유를 상당 부분 보장하고 있다. 이는 바꿔 생각하면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 온라인상에서 한 번 올린 글은 인터넷 공간 어느 귀퉁이에서 떠돌아 다니는 등 완전 삭제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게시물 작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청와대는 지난 3월 일간베스트를 폐쇄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명예훼손 등 불법정보가 많을 경우 절차를 거쳐 국가가 특정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트 폐쇄나 악성 게시자 처벌과 같은 제도적 조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사이트 하나 폐쇄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공감하는 인식 전환이 우선이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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