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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시간 여행-월남 파병 용사들의 아픔을 기억하며-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8-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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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여행을 했다. 회사에서 보내준 포상 휴가.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다. 김해공항에서 4시간 30분이라지만 늦은 밤 출발해 새벽에 돌아와서인지 어느 여행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여행이 주는 보람은 받았다. 몇 번의 울컥함을 함께 간 아내 몰래 참아야 했다. 베트남 다낭. 베트남 중부지역의 최대 상업 도시란다. 그나마 베트남에서는 나은 곳이라는데 그곳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생활을 봤다. 아니 어쩌면 기억나는 내 유년시절의 회상이었다. 나도 어릴 적 돈 주고 공중 화장실에 갔었다.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구분해 돈 주던 시절. 달력 찢어 손으로 부비고 뒤처리를 하던 그 시간으로 다녀왔다. 길거리 노점. 비위생적인 그릇과 나무젓가락. 아무 곳에서나 피우는 담배. 인도와 차도 구분 안 하는 오토바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무거운 무게로 다가온 1000원과 1달러. 지금은 떠올리기 싫지만 그곳에서 불과 40~50년 전의 한국 모습을 봤다. 3박의 시간이지만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을 이해하고 그 비위생적임에도 조금의 탈법과 불법을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낭과 후에 등을 다니며 내 머릿속에서 잊혔던 참 많은 단어들이 되살아났다. 베트콩 사이공 청룡 맹호부대 라이따이한 등. 월남전. 비극적인 이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는 경제 활성의 계기였단다. 1960년부터 1975년 4월 30일까지 계속된 이 전쟁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다. 맹호부대와 청룡부대, 백마부대 등 30만명이 넘는 용사들이 베트남에서 싸웠다. 그리고 1만6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수많은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 피해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자손들까지도.

    라이따이한(Lai Daihan). 한국인과의 혼혈인이다. 6·25전쟁 시절 한국 여성과 미군 사이에 태어난 혼혈을 낮잡아 ‘튀기’로 불렀던 것과 같다. 현재 이들이 얼마인지 모른다. 한국 정부는 1500명, 베트남에서는 1만명 이상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베트남 가이드는 아직 베트남에서는 한국과 미국군을 도왔던 사람, 남베트남을 도왔던 사람, 식민 시절 프랑스를 도왔던 사람의 후손에게는 공무원 시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출생신고를 못하고 살아가는 한국인 후손도 많다고 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1950년 6·25전쟁 개시일을 전후해 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 고성과 통영에서도 행사들이 있었다. 백두현 고성군수 당선인은 지난 22일 첫 외부인 간담회로 보훈단체장 9명과 만났다. 보훈 사업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보여줘 참 다행이다. 그분들을 기억하고 돕는 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월남전에 대해서는 너무도 첨예한 문제들이 많아 단지 내가 가지는 얕은 상식을 글로 옮겼다.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건 호국영령들을 잊고 있었다는 반성 때문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의 희생, 고엽제로 고생하시는 분들과 그 자녀분들의 고통스러운 삶,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독일과 중동 등 머나먼 이국에서 젊음을 바치셨던 수많은 분들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내고 싶어서다. 그나마 내 나이 또래는 기억이라도 하지만 우리 자식 세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란 노파심도 있다.

    창원에서 고성이라는 시골로 와 생활하며 느끼고 있는 나의 문화적 갈등과 불편함. 그건 고향 베트남 필리핀 태국을 떠나 잘살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정착한 다문화가정의 어린 신부들에겐 아마도 배부른 투정이었을 것이다. 3박5일의 짧은 시간 여행. 귀국 비행기에서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기자 생활 동안 호국을 위해 힘쓴 분들의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는 데 좀 더 써보자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시대처럼 나라의 발전과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한국으로 와 불법노동에 시달리는 동남아시아와 조선족 노동자들, 그리고 다문화 여성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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