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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김시탁(창원예총회장)

  • 기사입력 : 2018-07-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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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정부는 동물보호법 및 시행령, 시행규칙을 개정해 금년 3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주요 내용은 개를 밖으로 데리고 나올 때 목줄을 하고 맹견의 경우에는 입마개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 시에는 2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종전보다 벌금을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물어 사망하면 개 주인이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개를 데리고 안전장치 없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를 좀 단속하라면 대부분 돌아오는 말이 자기 집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개의 주인도 그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개는 모르는 사람이 만지려 하면 위협을 느껴 본능적으로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반려견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아무데나 배설을 해도 주인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에 공원잔디밭이나 산책로를 걷다가 배설물을 밟는 것은 흔한 일이고 심지어는 벤치에서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는 배설물수거 현수막도 별 효과가 없는 듯하다.

    얼마 전 한 상가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 개를 안은 젊은 여자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개가 필자를 보더니 발악적으로 짖어댔다. 그러자 그 젊은 여자는 자기 개가 싫어한다며 필자더러 선글라스를 좀 벗어달라고 했다. 마침 백내장 수술 후유증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기에 몹시 난처했지만 동승한 사람을 배려해 선글라스를 벗었다. 개는 더 이상 짖지 않았지만 젊은 개주인 여자의 당돌함에 내심 마음이 상했다.

    필자도 개를 키우고 있다. 생쥐만 한 놈을 얻어 키웠는데 몸집이 늘어 성견이 되니 실내에서 키우기가 곤란했다. 아이들은 성대수술시켜 키우자고 우겼고 아내도 방조 끝에 아이들 편에 슬그머니 섰지만 집안에서 키울 개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농장에 집을 지어 옮겼다. 물오른 봄 도다리 눈으로 쳐다보는 아내를 외면하고 벌 쏘인 듯이 튀어나온 아이들 입이 들어갈 때까지의 시간은 개가 농장생활에 적응하는 시간과 거의 일치했다. 객지의 아이들이 주말마다 농장을 찾고 채식주의자 아내의 장바구니에도 비록 식탁에는 올라오지 않지만 자주 고기가 담겨졌다. 개가 집에 있거나 없거나 그 자리는 늘 상석이다. 사료를 먹지 않으면 오리고기 간식을 대령하고 트림만 해도 병원으로 데려간다. 일주일이 멀다시피 집에 데려다 목욕을 시킨다. 화장실도 같이 써서 한 번은 개 샴푸로 머리를 감고 외출한 적도 있다. 혼자 내버려두면 우울증 오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자주 운동시키고 놀아주라고 서울에 있는 아이들이 전화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씁쓸함이 밀려온다.



    반려견의 사회적 문제는 입마개나 목줄을 의무화하는 안전장치보다 반려견이 인간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 얼마 전 개 장례식장에 다녀 온 할아버지는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는 멀뚱멀뚱하던 손주 녀석이 개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대성통곡하던 모습에 넋을 잃었다고 했다. 반려견은 사전적 의미로 가족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개를 뜻하지만 가족이 될 수는 없다. 안방에서 신문을 보던 가장이 ‘좀 비켜보세요’ 하는 아내의 청소 빗질에 쓸리면 개를 안고 있어야 이사 갈 때 데려간다는 농담이 그냥 나왔겠는가.

    반려견,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학대도 안 되지만 지나친 애정도 인간관계에 금을 낸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고 인간을 대신할 순 없는 까닭이다.

    김시탁(창원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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