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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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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인권 현주소 (상) 실태

폭행·폭언·부당노동행위에 성폭력까지… 외국인 노동자는 서럽다
상습 폭력·성추행… 인권침해 예사

  • 기사입력 : 2018-07-3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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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29만여명이다. 비전문취업비자(E-9)와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비전문 인력 노동자만 52만명에 달한다. 경남은 경기, 서울 등 수도권 다음으로 체류 외국인이 많다. 체류 외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인권은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소한의 보호막인 고용허가제와 근로기준법 역시 그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도내 외국인 노동자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3차례에 걸쳐 짚는다.

    31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이하 센터) 강당. 강당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의 외국인 유학생 집단 폭행과 부당노동행위, 사업주의 성폭력 등 인권침해 행위를 폭로하는 성토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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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픽사베이/

    ◆폭행= 센터는 지난달 16일 오후 함안군 칠원읍에서 방학을 맞아 상하수도 매설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24·우즈베키스탄)씨가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소속 단속반 5명에게 집단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월 일반연수비자(D-4)로 자격을 얻어 입국했고, 수도권 모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단속반이 불법체류자로 오인, 체포 과정에서 A씨가 얼굴, 갈비뼈 등을 폭행당했다고 센터는 강조했다. A씨의 폭행 장면은 인근 공장 CCTV(폐쇄회로TV)에 담겨 있다. 한국어가 서툰 A씨는 영어로 자신이 합법적인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5일이나 감금됐다. 센터 측은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가혹행위 금지, 언어소통의 문제로 불이익 금지, 최소한의 강제력 행사 등 7가지 단속 절차를 외국인사무소가 지키지 않았다”며 “법무부가 외국인을 대하는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현장 근처에서 불법체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나갔지만 확인 과정에서 A씨가 공사용 자재를 쥐고 있어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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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센터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적 B(25·여)씨는 지난해 4월부터 밀양시 청도면의 한 고추·깻잎 농장주 C씨로부터 상습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B씨는 지난해 10월 C씨 친구들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술 시중을 들었고, C씨가 자신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움켜쥐는 등 성추행을 수개월 동안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농장에 온 캄보디아 국적 D(24·여)씨도 지난 4월 트럭 청소 도중 C씨가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측은 이들이 성폭력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의 특성상 매일 초과근무가 이뤄졌고,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는 등 전방위적인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6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부당노동행위= 방글라데시 국적인 E(22)씨와 F(22)씨는 지난해 8월 남해의 한 소규모 철강회사에 입사해 사장으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사업장을 벗어나 업체 대표 G씨의 집청소, G씨 아내 소유 카페 철거 공사 등에 동원되는 등 부당 노동행위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사 3개월 동안 일요일을 빼고 하루 11~12시간 일했지만, 정작 손에 쥔 돈은 140~150만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입사 3개월까지는 수습 기간이라 치더라도 180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업체 대표는 임금 명세서를 주지 않고 통장으로 임금만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E씨는 지난 1월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임금 명세서를 가져오라는 노동청의 요구에 결국 진정을 취하했다. E(22)씨와 F(22)씨는 일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G씨로부터 “죽고 싶어?” 등 입에 담기 힘든 욕과 함께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E씨는 “(입사 후)3개월만 기다렸다가 신고하려 했다. 3개월 후에 경찰서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CCTV를 확인하고 폭행 사실이 없다고 말해 결국 헛걸음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이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사업주의 폭행과 성폭력, 부당노동행위 등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직에 대한 심리적 압박, 서툰 한국어, 사업주 보복 등의 이유로 이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관계자는 “50만명에 달하는 비전문 인력들이 부당노동행위, 성폭력 등 전방위적인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고용허가제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탓에 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주민 관련 법제 개선과 국민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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