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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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비엔날레 산책- 이준희(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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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로 접어들면서 지역 곳곳에서 행복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의 향연, 비엔날레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늘(4일) 개막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비롯해 광주비엔날레(7일), 부산비엔날레(8일) 등 지역 곳곳에서 비엔날레가 일제히 막이 오른다. 사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비엔날레는 지역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국내외 최고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며, 세계 미술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현대미술의 축제이다.

    국내 비엔날레의 맏형 격인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12회째로 5일부터 11월 1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열리는데 전쟁·분단·냉전·독재 등 근대 잔상을 돌아보고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격차·소외 등을 짚어본다. 하루 늦게 개막해 11월 11일까지 이어지는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이다. 물리적·이념적 거리를 초월해 ‘분리된 영토’를 넘어 의식의 연대 작가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가장 먼저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인 ‘창원조각비엔날레’는 10월 중순까지 41일 동안 창원 용지공원, 성산아트홀, 창원의집·역사박물관, 시립문신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주제도 조각가 김종영의 문인정신이 함축된 불각(不刻)의 미학과 문신의 균제·조화·균형의 세계를 결합한 ‘불각의 균형’이다. 2010년 문신미술관이 중심이 돼 추산공원 내에 조각가 10여명의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공개하고 영구히 보존하던 행사였던 ‘문신 국제조각심포지엄’이 모태가 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2012년 마산 돝섬을 중심으로 ‘꿈꾸는 섬’을 주제로 열렸고,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이 시대의 미술도 훗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는 ‘달그림자’가 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월영’(月影·달그림자)을, 그리고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수많은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다’는 의미를 담은 ‘억조창생(億造創生)’을 주제로 개최됐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들이 함께하는 참여형 예술행위라는 점이다. 단순 조형물의 감상 차원에서 벗어나 조형성과 기능성을 갖춘 ‘예술과 함께 놀기’가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핵심이다. 그래서 야외 조각공원이 설치된 용지공원의 이름도 ‘유어예’이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유어예(遊於藝)는 ‘예술에서 노닌다’는 뜻으로 관객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놀이 조각공원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안종연의 작품 ‘아마란스(Amaranth)’를 들 수 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는 아마란스는 물방울을 상징하는 24개의 큰 원통형이 만들어져 있어 시민들이 그 안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 앉을 수도 있도록 했다. 20분 간격으로 형형색색 바뀌는 LED조명은 창원의 상징적 조형물이 될 것이다. 기존의 조각품들이 그저 바라만 보는 수동형이었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적극성을 띤 능동형의 조각축제가 될 것이다.

    독일의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는 5년에 한 번 열리고,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Munster)’는 10년에 한 번 100일간 열리는 미술축제이지만 전 세계 예술가들은 물론 예술관련 종사자 그리고 일반인들이 찾는 명품도시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다행히 다른 도시와 달리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 분야를 내세웠기에 우리가 어떤 관심을 보이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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