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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세상-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1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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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회현상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제의 일이나 내일의 일,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나 저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저 멀리 미국, 그것도 인구 수천명에 불과한 소도읍인 오하이오주의 로즈타운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어떤 현상이 한국의 군산이나 창원에서 일어났고 또 일어날 뻔한 현상과 연관돼 있다는 것은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기업인 GM은 지난달 말 미국과 캐나다 지역 5개 공장을 포함해 전 세계 7개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GM을 살렸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받는 감사의 표시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9년 GM이 파산선고를 받은 후 510억달러, 한국 돈으로 57조원이 넘는 긴급구제자금을 지원했었다.

    GM이 7개 공장을 없애기로 한 것은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내연기관을 동력으로 삼는 기존의 자동차에서 전기차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단순히 사람을 줄여 수익성을 높여 보겠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GM이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을 때다.

    당시 한국의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GM의 ‘한국 탈출’을 노동자 탓으로 돌리기에 바빴다. 강성노조 때문에 군산공장이 없어진다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 한국 정부가 북한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국을 떠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GM과 같은 해외 다국적기업은 시장 판도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해외 생산기지를 설치하고 또 철수할 수 있다. 철수하려는 외자 기업을 붙잡아 두려 해도 만만한 게 아니다. 군산공장에 수십조 원의 구제자금을 쏟아부을 수도 없고, 또 군산공장 노동자들에게 동유럽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수준인 2000만원대의 임금을 받으면서 잠자코 있으라고 할 수도 없다. 그 돈으로는 한국사회에서 1년도 채 버티지 못한다. 공장 이전이나 폐쇄, 생산규모 축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노동자들이 기를 쓰고 막으려는 이유다. 특히 실직 노동자가 50대라면 자영업 말고는 선택의 여지도 없다.

    그렇다고 자영업이 만만한 게 아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8%)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국내 기업도 시장 흐름에 따라 사업을 접거나 축소할 때가 있다. 삼성전자가 수원공장의 텔레비전 완제품 조립 라인을 베트남 생산기지로 이전하는 것이 그렇다. 베트남 노동자들의 임금은 중국의 절반 이하이고, 중국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강성노조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할 게 아니라, 기업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할 때라도 노동자들이 받는 충격을 줄이려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먼저다. 고용보험의 보장 수준을 높이고, 재취업을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을 강화하고, 해당 기업이 사업을 확장할 때는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하는 약속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 2008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뒤 중국 기업에 매각됐다가 기사회생한 볼보자동차의 사례를 북유럽이라서 가능했던 사례였다고 치부하지 말자.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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