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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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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이대로 괜찮나] (하)사업 성공 위해서는

추가 분담금 상한제 도입·업무대행사 규제 절실
제기능 못하는 주택법 개정안
정보공개·자금관리 등 내용 누락

  • 기사입력 : 2018-12-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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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각지에서 지역주택조합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지난해 투명성 강화를 위해 주택법을 개정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렴한 집 장만’이라는 조합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업무 대행사 규제 강화, 추가 분담금 상한제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조합원들이 사업의 당사자임을 인지하고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 정부 주택법 개정…피해 막기에는 역부족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지역주택조합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주택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주요 내용은 지자체 신고 후 조합원 모집, 업무대행자 귀책 사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 부여, 시공자 시공보증서 제출 의무화 등이다. 주택법 개정은 조합 운영과정이 불투명하고 허위·과장 광고에 의한 조합원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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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조합원들은 법 개정이 실질적인 보호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김해 한 조합의 조합원 A씨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자금관리, 추가 분담금 제한이 핵심인데 개정법에 이 같은 내용은 누락돼 있다”면서 “개정 이후에도 조합 측이 허위, 과장 광고를 하고 있지만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조합과 업무 대행사의 자금 내역을 확인하려 해도 비공개 원칙으로 일관한다”고 덧붙였다. A씨의 주장처럼 실제 많은 조합이 자금 집행 내역 등을 비공개 문서로 규정해 업무 비밀 유지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 한 조합에서는 업무 대행사와 자금 관련 정보를 조합원에 공개하지 않아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지역주택조합의 총사업비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을 넘어서지만 사업비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합 사업은 사업계획승인 직후 최초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어 조합 설립 이전의 자금 집행에 대해서는 통제 밖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역주택조합은 대부분 투명성을 위해 외부 신탁사에 자금을 위탁 관리하고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김해 한 조합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았던 B씨는 “신탁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항목에 대해 업무 대행사가 지급 요청할 경우 형식적으로 심사 후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신탁사에 돈을 맡겼다고 하더라도 안전한 자금 집행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예측 불가한 추가 분담금, “상한제 마련” 목소리

    조합원들이 가장 큰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조합의 추가 분담금 요구다. 아파트 분양가에 따라 상이하지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최초 가입 시 제시되는 분양가는 시공사와 가계약된 예정 분양가로 확정 분양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공사 과정에서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합이 사업 초기에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마치 확정된 금액으로 홍보하며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있어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조합이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더라도 조합원들은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 조합의 추가 분담금 요구를 받은 김해의 C씨는 “총회에서 추가 분담금 안건이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조합에서는 임시 총회를 열어 재상정한다”며 “추가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시공사의 공사 중지 통보가 오기 때문에 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입주단계에서 조합원당 1억5000여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했고 조합원들은 소송을 통해 구제받으려 했지만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로 입주 기간이 상당 기간 늦어지면서 결국 추가 분담금을 납부한 후 입주한 사례도 있다. C씨는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조합에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고 있다”며 “저렴하게 아파트 마련하려다가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돈을 더 내고 입주해야 할 판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피해를 막기 위해 최초 분양가에서 비율을 정해 추가 분담금 상한선을 마련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인이미지지난 15일 오후 김해시내 한 지역주택조합원들이 정기총회 장소 앞에서 조합의 추가 분담금 요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추가 분담금 부과 안건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독자/

    ◆“업무대행사 규제와 함께 조합원 관심 가져야”

    도내에는 10월 말 기준 45개의 지역주택조합이 추진 중이며 이 가운데 김해가 16개로 가장 많다. 비교적 집값이 비싼 창원을 벗어나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조합이 김해로 몰린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김해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김해지역 조합 아파트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만 경남 지역 경기가 침체되면서 아파트 시세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면서 “리스크를 안고 갈 것이냐는 조합원들의 판단이지만 조합 아파트는 경기 활성화가 동반돼야 목적 달성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 아파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조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중요한 요소라고 관계자들은 조언했다. 1년 전 도내 한 조합 아파트에 입주한 D(39)씨는 “조합의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는 총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서면 결의서를 보내는 사람이 많은데, 현장에 직접 참여해 관련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합 아파트는 사업 승인부터 입주까지 모든 과정을 조합원들이 추진하는 것이며 공동 책임을 갖는다”고 했다. 조합 아파트 입주를 9개월여 앞둔 E씨는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고 돈만 납부했지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된다”며 “조합원이 사업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조합을 견제하는 것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대표적 조합 비리 유형인 ‘업무 대행사의 불투명한 운영’을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세준 창신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조합원이 전문지식을 갖고 조합 문제를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로, 사업의 상당 부분을 업무 대행사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조합 비리의 대부분이 업무 대행사에서 비롯된 사례가 많다”며 “업무 대행사가 분양 대행사 등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지정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어 “현재 업무 대행사에 대한 검증 제도가 없는 상태로 자금력이 없는 영세 업체가 들어와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 대행사의 사업 추진 능력이 조합원의 추가 분담 등과도 직결되는 만큼 대행사의 규모, 자본, 전문성 등을 까다롭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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