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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 팔도유람] 경북 울진 '7번 국도 기행'

대게 좋아, 대개 많이

  • 기사입력 : 2019-02-2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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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바다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참으로 묘하다. 막상 가면 10분이 채 못 돼 오들오들 떨며 “춥다, 따뜻한 데 들어가자”고 할 것을 굳이 몇 시간을 이동해 바다로 가느냔 말이다, 라는 합리적 언사에 비합리적인 감정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포털의 로드맵으로만 봐도 눈이 호강하는 바닷길은 합리적인 이들의 몫으로 돌린다. 단 5분을 볼지언정 바다가 주는 영감이 맨눈을 비롯한 오감으로만 담기는 이들은 간다. 제 얼마 남지 않은 겨울바다다. 겨울바다를 생각할 때면 늘 고독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고독을 씹고, 여유를 만끽하고, 바다 앞에서 인생을 곱씹는다, 는 자아성찰의 시간은 자율에 맡긴다. 마침 대게를 와작와작 씹을 카니발의 시간이 째깍째깍 다가온다. 겨울의 끝자락에 동해안 7번 국도의 중심, 울진이다.


    ◆울진의 7번 국도

    울진의 북쪽 끝 북면 나곡리에 있는 나곡바다낚시공원이 시작점이다. 바다낚시 체험을 위해 조성된 공원이지만 꼭 낚시를 하러 가는 곳만은 아니다.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돼 있어서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잔교와 해안절벽이 조화를 이뤄 이색적인 풍경이다.

    여기서 20여 분을 달려 내려가면 망양정이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힌 망양정은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있는 망양정은 2005년 새로 건립된 것이다. 하지만 동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는 시야 하나만큼은 탁월하다.

    메인이미지망향휴게소에서 바라본 해안 풍경
    메인이미지관동팔경인 망양정에 오르면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망양정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7번 국도로 간다면 매화마을을 놓쳐선 안 된다. 지난해부터 ‘공포의 외인구단’ 등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이 점령한 곳이다. 까치 오혜성과 마동탁, 엄지의 얼굴에 잠시 1980년대로 돌아간다.

    매화마을에서 벗어나 10분 남짓 달리면 다시 해안을 접한 국도다. 울진 사람들이 망양정보다 경치가 더 좋다고 하는 망양휴게소가 있다. 망양휴게소에서는 기성망양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왕복 2차로의 옛 7번 국도도 만난다. 반갑기 그지없는데 기억 속 그 모습이 아니다. 괜스레 미안하고 안타깝다. 잊었던 옛 기억만 하염없이 재생된다.
    메인이미지매화마을 담벽에 그려진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들.

    ◆딱 한 군데만 꼽는다면 후포항

    시간이 없어 울진의 단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후포항이다. 울진대게의 성지인 공판장이 있고 여객선 터미널이 있고 후포 등대가 있는 등기산공원, 그리고 스카이워크가 있다. 백년손님 벽화마을도 끼워넣을 수 있다.

    힐링코스로 단연 으뜸은 등기산공원이다. 후포항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동해 바다 망망대해를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이 나온다. 세계 유명 등대 5개가 미니어처로 서 있다. 가볍게 산책하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메인이미지경북 울진 후포항 위판장에선 아침마다 붉은대게 경매가 열린다. 산지에서 바로 쪄먹는 대게는 별미 중에서도 으뜸이다./매일신문 이채근 기자·울진군/

    ◆스카이워크, 후포 명물로 추가

    등기산공원에선 42m 길이 출렁다리가 스카이워크로 연결해 준다. 출렁다리를 무서워하는 성인들이 간혹 있는데 계단으로 스카이워크에 오르는 길이 따로 있다. 스카이워크는 등기산 스카이워크라는 정식 명칭보다 후포 스카이워크로 불린다. 이것은 바다 위 20m 높이에 세운 인공 산책로다. 바다 쪽으로 난 57m 구간은 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다. 투명 유리 아래로 바다가 보인다. 유리 아래 한 프레임으로 갓바위도 갇혀 들어온다. 팔공산 갓바위의 부처상과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암초다. 숯처럼 생긴 절리다. 가까이 가서 오를 수 있다.
    메인이미지바다 위 20m 높이에 세운 인공 산책로 등기산 스카이워크.

    ◆대게 원산지 논쟁

    울진이 세간에 알려진 일등공신은 영덕과 대게 원조 싸움이었다. 울진 후포항과 영덕 축산항은 20㎞가 채 안 되는 직선거리다. 국경과 행정구역이 없는 대게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게를 쪄서 파는 곳에 따라 울진대게와 영덕대게로 구분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게 가깝다.

    사실 동해안 대게의 최대 집산지는 포항 구룡포항이다. 요즘 말로 영덕과 울진의 ‘뼈를 때리는’ 팩트다. 그러나 아웅다웅하는 이들의 다툼은 결과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2월 말에 울진이, 3월 말에 영덕이 대게 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모은다. 기선 제압에 나서는 울진대게축제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영덕대게축제는 3월 21일부터 24일까지다.

    울진대게축제는 후포항 왕돌초광장 일대를 무대로 삼는다. ‘월송 큰 줄 당기기’ 등 전통 민속놀이와 대게춤 플래시몹, 대게춤 경연대회,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풍어 해원굿 등 공연이 준비돼 있다. 대게 경매를 비롯해 할인 행사, 대게길 걷기 등 대게를 소재로 한 이벤트도 함께 열린다.
    메인이미지

    ●후루룩 미식의 시간

    죽변항에서 후포항까지 울진의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면 ‘삼시세끼’란 말이 무소용이다. 미식가들을 자극하는 울진의 별미는 각양각색이다.

    너무도 많이 알려져 말하자니 입만 아픈 대게 소개는 생략하자. 대게는 설이 지나면서부터 살이 차기 시작해 3월까지가 한창 맛있을 때다. 신선함이 최고의 요리법이다. 와서 먹어보면 안다.

    울진 대표 어항 두 곳에는 해장에 유익한 종목이 하나씩 명성을 떨친다. 죽변항의 물곰탕과 후포항의 아구지리탕이다. 해장에서만큼은 어느 쪽이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을지 승부를 내기 어렵다.
    메인이미지죽변항의 물곰탕./매일신문 이채근 기자·울진군/
    메인이미지후포항의 아구지리탕./매일신문 이채근 기자·울진군/

    죽변항 물곰탕은 꼼치라는 어종으로 끓여낸다. 성인이 두 팔로 번쩍 들어야 할 만큼 크다. 박하게 못생겨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생김새다. 순두부처럼 흐물흐물하게 입에서 녹는 반전 식감에 더 잊을 수 없다.

    묵은 김치와 무를 썰어넣고 끓여낸다. 쓰린 속을 편안히 잠재우는 마력이다. 조선시대부터 해장으로 명함을 내민 바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해점어’라 이름 붙였는데 꼼치인 것으로 추정된다. 살이 아주 연하고 뼈도 연한데 맛은 싱겁지만 술병을 잘 고친다고 기록해뒀다.

    장모님에 이어 사위가 운영한다는 가게가 유명하다. 물곰탕 1만3000원이다. 오후 2시 30분~5시 30분까지 저녁 준비 시간으로 영업을 잠시 멈춘다.

    대게로 왁자지껄한 후포항에서 조금 남쪽으로 내려오면 아구지리탕으로 울진 현지 주민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 있다. 메뉴판에는 그냥 아구탕이라 쓰여 있다. 아구지리로 달라고 하면 허연 국물로 된 게 나온다. 기막히는 육수다. 된장콩이 국물에 섞여 있다. 육수 제조법을 물으니 안 가르쳐준다. 집된장을 비롯해 대게살 등 여러 재료를 갈아 넣었다고만 일러준다. 주변에 앉아 먹던 이들이 저마다 기괴한 탄성을 지른다. 해장되는 소리다.

    매일신문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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