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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1년 후-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4-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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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역사에서 엄청난 순간’, ‘남북 사이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했다.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굳건한 평화를 쌓아 가기로 했다’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담은 판문점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자 주요 서방외신들이 긴급 타전한 헤드라인이다. 일본과 중국 언론도 ‘역사적인 평화의 집까지 오는 데 11년이 걸렸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나 생각이 들었다’, ‘남북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이 추세에 호응해야 한다’며 덩달아 호들갑을 떨었다.

    꼭 1년 뒤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은 1년 전의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된 남북관계가 그대로 반영된 듯 남한만의 조촐한 행사만 열렸다. 주제도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 힘이 빠질 대로 빠졌다. 당시 주역인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등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에서 “판문점 선언은 하나하나 이행되고 있다.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좀체 진전되지 않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시인(是認)이기도 우려이기도 하다. 북한은 의례적인 덕담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를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날짜라도 맞춘 듯 이즈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외교전은 더 치열하고 복잡하게 전개됐다. 보다 정확히는 우리만 완전 고립된 채, 한반도 문제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5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공조를 논의했다. 푸틴은 북한 체제 안전보장과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26일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 푸틴이 베이징에서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비핵화 협상이 남·북·미 위주로 돌아가는 것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가 만나 여유 있게 골프를 즐기며 대북 제재 유지를 위한 공조를 논의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하는 길에 방지턱이 여럿 생긴 셈이다. 당초 남·북(중)·미 구도에서 일본과 러시아가 가세하면서 보다 정교한 외교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숨고르기’를 언급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을 무작정 끌 수는 없다. 북미 간 대립상태가 장기화된다면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그럴 경우 한반도 문제는 빠르게 역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 문제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우리의 노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실성 있는 비핵화 해법과 북미를 설득하는 외교 테크닉이 절실해 보인다.

    어느 쪽도 기울 수 없는 외줄타기 형국이다. 판문점 선언 1주년 공연 총괄 기획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냥 즐거워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절망할 수도 없는, 그 가운데 어디쯤 담아 보려 애썼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은 외줄을 마구 흔들어 대고 있다. 지금은 그 ‘가운데’를 지켜내기조차 버겁다. 기획자는 한마디 덧붙였다. “다들 힘들고 지쳤겠지만 한 걸음만 더, 또 한 걸음만 더 걷자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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