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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이종구(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9-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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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초반인 김해시 A과장은 10년 전에는 정치성향이 보수 색채가 짙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동향인데도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사석에서는 “정치 더럽게 못한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퍼붓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정확히 10년 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부터 정치성향이 진보로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 김해시 계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A과장은 2009년 5월 23일 지방직행정공무원 시험 감독을 마치고 나오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몇 달 전 봉하마을 사저에서 만났던 노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 업무 때문에 사저를 방문했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앞줄에 서 있던 사람들과만 악수를 하자, 당돌하게 “대통령님 악수 한번 해주이소”라고 했고, “아 미안합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악수를 받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따뜻했던 손과 환한 웃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다음 날 A과장은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아내와 아들 둘을 데리고 봉하마을을 찾아 4~5시간을 기다려 조문을 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배우 명계남씨가 열두 살 작은아들을 기특하다고 안아주기까지 했다.

    A과장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이어진다. 그는 장례식이 열린 5월 29일 김해에서 서울을 왕복한 장례버스에 선탑해 장례위원들을 수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가 탄 버스(3호차)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실세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치며 돌진하던 장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조사를 낭독할 때 영결식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치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 유시민 이사장이 자신의 아들들에게 덕담을 담은 사인까지 해준 것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는 왕복 버스 안에서 노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세상(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A과장은 장례식이 끝나고 한참 뒤 부엉이바위에 올라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심경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종종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다.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한다. 또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재임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10주기 추도제의 주제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서거 10주기를 맞아 단순한 추모의 감정을 넘어 ‘노무현의 정신’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노무현 정신을 살려서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이 역사를 견인해 나갈 것을 약속하자”고 했다.

    하지만 현재 여권이 A과장이 이해한 것처럼 노무현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여권의 실력자들이 대거 추도식에 참석하지만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르게 혹시 ‘그들 편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이종구 (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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