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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회적 무력’이라는 유산- 성복선(경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장학사)

  • 기사입력 : 2019-07-07 2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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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기생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아주 높다. 개봉 한 달여 만에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단지 국제적인 영화제에서의 수상 이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도 개봉 초기에 이 영화를 보았다. 예상대로 무거운 화두였다. 영화 중간 중간에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가미하지 않았다면 그 무거움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부분의 문학, 예술 작품이 그러하겠지만 이 영화도 유난히 사람에 따라 느낌과 받아들이는 메시지에 차이가 많은 듯하다. 다양한 장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인상 깊게 와 닿았던 부분은 폭우로 인해 반지하 집이 침수되고 변기의 오물이 역류하는 장면이었다. 변기 뚜껑을 닫아도 솟구치는 오물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없는 한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 절대적 무력은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보인다. 영화 시작부터 줄곧 끌고 가는 ‘냄새’ 또한 그렇다. 어찌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극에 달했다. 아들 기우가 지하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에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커다랗고 무거운 돌이 내 가슴에 얹어진 느낌이었다. 우리 사회구조의 냉혹한 현실을 생각할 때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기우의 계획과 바람에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많은 관객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기생충’에 대한 호불호의 평가 이전에 이 영화가 예술작품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이제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남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학생인 딸아이와 함께 영화를 본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딸아이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여러 가지 느낌표와 물음표가 생긴 듯했다. 청소년들이 이런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고민하도록 돕는 것은 기성세대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다.

    성복선(경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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