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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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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황금씨족- 심종철(경남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

  • 기사입력 : 2019-09-26 20: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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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씨족은 칭기즈칸의 직계혈족을 일컫는 말이다.역사 이래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했던 칭기즈칸의 사후에도 황금씨족에 대한 동경은 이어졌다. 청나라의 황족들도 황금씨족과의 혼인에 적극적이었다. 청의 2대 황제 홍타이지의 비(妃)이며 강희제를 중국사 3대 성군으로 육성한 효장문태후가 황금씨족이었다. 특히 그녀의 고모와 언니 또한 홍타이지의 황후와 후궁이었으니 동북아의 변방에서 발원해 대륙 세력을 아우르는 명분으로 활용하기 위해 청 황실에서 황금씨족과의 혼인 연대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려에도 황금씨족이 있었다. 제25대 충렬왕과 혼인한, 쿠빌라이 칸의 막내딸 제국대장공주다. 그의 아들 충선왕은 원 세조 쿠빌라이 칸의 외손자가 되니 이들 황금씨족의 막강한 힘을 지렛대 삼아 고려는 무신정권 하에서 100여 년간이나 유명무실했던 왕권을 회복한다. 당시 몽고군은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국가며 도시들을 철저히 파괴하고 유린했다. 따라서 40여 년간이나 그들에게 저항한 고려만을 유일하게 존속시킨 것은 물론 자신의 친딸을 고려왕과 혼인시킨 쿠빌라이 칸의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이는 일견 동시대 고려 외교의 커다란 성과라 칭할 만하다.

    그러나 자생적인 해결 역량이 없이 외부 거대 세력의 힘에만 의존한 문제의 해결은 필연적인 반대 급부를 낳기도 했다. 40여 년간이나 몽고의 침략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저항하던 무신들은 삼별초를 중심으로 대몽 항쟁을 이어갔고 이 땅에 사대주의가 고착화된 점과 내정간섭 등이 그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들썩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점은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가 황금씨족 류의 거대 세력만을 좇는 의존적 외교가 아니라 자주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려 애쓴다는 점이다. 이런 자주적 외교는 국력과 국격, 국민들의 자주 의지가 뒷받침돼야만 지속 가능하다. 강대국들이 즐비한 동북아외교 숲에서 우리의 하늘을 가리고 있는 강대국들의 큰 가지들을 열어젖히고 우리 스스로 햇볕과 마주할 만큼 우리의 키를 키우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함은 당연하다.

    심종철(경남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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