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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12-17 20: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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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명지조(共命之鳥).

    이맘때쯤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이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처럼 생각되지만 동시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우리 사회가 극심한 좌우 분열을 겪은 데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공명지조는 교수신문이 전국의 교수 104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3%의 선택을 받아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했다. 이 사자성어를 선택한 교수들은 ‘좌우로 나뉘어져 싸움하는 국민과 이를 이용, 심화하려는 지도층의 모습’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전반측(輾轉反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공명지조였다면 구직자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전전반측’이었다.

    전전반측은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앱 알바콜에 따르면 성인 9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14.8%, 구직자 중 17.9%가 이를 1위로 꼽았다. 애만 쓰고 보람이 없다는 뜻의 노이무공(勞而無功)이 2위로,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눈여겨볼 것은 3위로 선택된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1위를 한 사자성어보다 올해에 서서히 불어닥친 경제 한파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도와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이를 악물고 좋을 때까지 스스로 버텨내야 함을 비유하고 있다.

    경제 면으로 볼 때 내년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아침에 냉장창고 알바에 나가는 한 젊은이는 스스로 그만둬야 할지 갈등이 생길 때가 많다고 한다. 업체 사장은 사업하기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고 투덜대고, 업체 사장의 친구가 사업을 접는 것을 보고 편히 일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알바 자리라도 붙잡고 각자도생이라도 해야 하는데 여건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이미 시내 곳곳에 내놓은 임대 상가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잘나가던 번화가에도 문닫는 가게가 생기고 있다. 올해 국민들 간의 갈등이 심각해 ‘공명지조’라는 사자성어를 교수들이 선택했다지만 이에 못지않은 것이 ‘각자도생’인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 중 오히려 하위 단계의 사자성어가 현실과 맞아떨어질 때가 많다. 수년 전 중소기업인들은 1위는 못했지만 사자성어를 기진맥진(氣盡脈盡)으로 정리해 기업인들이 놓인 막막한 현실 속에 웃음을 준 적 있다.

    지난 1월초 ‘미리 가본 올해 말’이라는 본인의 칼럼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대한민국의 사분오열의 정점을 치달으면서 서로간 물고뜯는 목불인견(目不忍見·눈 뜨고는 못 봄)으로 조심스레 예견했다. 여기에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경제적인 면에서 ‘각자도생’을 추가하고 싶다.

    목불인견 속에 각자도생. 내년 정치·경제적 생활양상이 아닌가 싶다.

    어떤 높은 위치의 사람이 덕담 겸 내년 사자성어를 한마디해달라는 말에 ‘알로기라’(아래로 기라)고 했다 한다. 내년에 일반인,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할 것 없이 기진맥진하고, 아래로 기고, 각자도생하며 목불인견 속에 놓여질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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