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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명절 특수-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기사입력 : 2020-01-20 20: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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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특수란 명절을 맞이하여 특별히 발생하는 수요를 뜻한다. 명절특수는 시장이나 매매의 현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은 명절이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급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특근을 시작한다고 한다. 명절은 다가오고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는 가야 하겠고, 가진 것은 없는 그런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범죄로 몰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곳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명절특수가 발생한다.

    생명의전화 전화상담실의 명절특수는 가족 때문에 힘든 사람들과 가족이 없어 힘든 사람들이다. 명절을 전후해 가족을 만나야 하는 부담감을 가진 사람이나 혹은 명절이지만 딱히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괴로움을 토로한다. 가족이 만나서 마냥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은 가정들이 있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결혼을 하게 되고 배우자를 통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고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배우자라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까지 더해져 갈등을 일으킬 경우, 문제로 꼽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나게 되어 명절날이 싸우는 날로 고정이 되는 가족들도 있다. 명절날 오후부터 오는 전화는 가족 구성원들과 기본적인 갈등을 가지고 상담하러 온다. 시댁만 편드는 남편 때문에 힘든 주부, 형이나 동생을 더 챙긴다고 여겨지는 부모 때문에 힘든 자녀, 재산 때문에 갈등을 겪는 형제들, 형이나 형수 혹은 부모가 나를 무시한다고 느끼는 사람, 가족들이 왕따시킨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등 다양한 갈등의 끝에 삶에 대한 회의나 절망감, 삶의 무가치를 토로한다.

    또 한쪽 끝의 안타까운 전화는 명절날 싸울 가족이 없고, 아무하고도 대화할 수가 없어 내 말에 대답해주는 앱과 대화를 하거나 외롭고 우울해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밑도 끝도 없는 우울의 나락에 잠겨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쪽 상황이 더 나을지 각자가 판단할 몫이며, 느끼는 삶의 무게 역시도 제각각 다르게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화상담실에 명절특수로 오는 사람들은 가족이 없는 게 낫다거나 혹은 그래도 가족이 있어 눈 맞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다행인 것이라며 상대편을 부러워한다.

    이청득심(以廳得心 : 들음으로 마음을 얻는다) 라는 말이 있다. TV의 어떤 프로그램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가져와 이야기하고 고민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서로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들어 주는 것만으로 많은 오해를 풀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혹은 남의 이야기를 듣고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오해해 버리면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우리는 완벽하게 누군가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해란 자기의 방식대로 오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오해가 최소화되는 것이 이해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들은 이야기가 어딘가 좀 이상하고 석연치 않다면 내가 듣고 이해한 것이 맞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사람들 간의 문제는 사소한 오해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주변 사람과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고 애쓴다. 그것이 설령 가족이라 하더라도 노력해야 하며, 어쩌면 가족이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끊어 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외로움에 고립되어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인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제 곧 명절이 시작된다. 이청득심으로 올해는 전화상담실에 명절 특수가 없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경자년 새해가 주는 기대감과 소망이 기분 좋은 설렘이 되어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 본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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