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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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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t급 LNG선 16년간 안전 담보없이 들락날락

[초점] ‘不개항장’ 운영 통영안정항 무슨 일이?
해수부 ‘방치’· 통영시 ‘욕심’에 16년간 선박 안전 구멍

  • 기사입력 : 2020-02-12 21: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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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한국가스공사 통영생산기지(안정항) 인근 수역이 16년간 ‘불개항장’으로 운영되면서 국가 물동량 통계 누락, 국세 누수 등이 발생한 데는 법률 해석 등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세수 감소를 내세워 안정항 개항에 수차례 반대하면서 대형 선박 사고 위험을 방치한 통영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 3면 ▲통영 안정항 16년간 불개항 상태 운영… 국세 380억 샜다 )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조감도.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조감도.

    ◇해수부, 미온적 대처로 문제 키워= 10일 해양수산부 마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통영 안정국가산업단지 내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수역의 대형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과 화물 수송 실적이 국가 승인 통계에서 누락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부터 안정항을 ‘불개항장’에서 무역항으로의 개항을 추진했다. 2017년 한해 안정항 수역에는 10만t급 LNG 선박을 비롯한 예·부선 등 1500여척이 안전에 무방비로 통항했다.

    안정항은 2002년부터 LNG 선박이 오갔지만 항만법상 불개항장으로 분류돼 선박 입출항에 관한 법률, 항만운송사업법 등 관련 법률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16년 동안 사실상 외국 국적 대형 선박의 입출항 현황이 관리되지 않았고, 상시적인 선박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해수부는 법률 해석 등을 통해 2019년 1월 안정항을 ‘마산항 항만구역 밖 항만시설’로 지정 고시하면서 무역항으로 지정했다. 그사이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물동량 통계 누락, 국비 380여억원(추정)의 누수가 발생했다.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안정항) 인근 수역을 지나는 LNG 선박./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안정항) 인근 수역을 지나는 LNG 선박./한국가스공사/

    이 같은 부작용을 인지한 해수부는 무역항 지정을 위해 2008년 5월, 2012년 11월, 2017년 12월 등 통영시에 수차례 의견을 물었지만, 시는 자주재원 감소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이후 해수부는 통영시의 자주재원 감소에 대한 근거를 지방자치·재정법 등을 검토했고 행정안전부에 법률 해석을 요청하는 등 무역항 지정을 추진해 지난해 1월 고시를 확정했다. 통영시가 강하게 주장했던 무역항 지정 불가의 법적 근거는 애초부터 없었지만, 해수부는 16년 가까이 안정항 수역을 불개항장으로 운영해온 셈이다. 해수부가 법적 근거를 토대로 무역항으로 개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면 국가 물동량 누락, 국세 누수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수 감소로 안전 방치한 통영시= 해수부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불개항장인 안정항은 질서유지 법규와 관리기관이 없어 안전사고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운영됐다”면서 “통영시는 사용료 징수 이외에 외국 국적선 입항에 따른 안전 조치 등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수부의 세 차례 공식 개항 요청에도 불구하고 통영시는 반대 의견을 냈다. 해수부는 경남도 감사를 통해 안정항 안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해수부의 경상남도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를 보면 해수부는 LNG 선박 충돌 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 발생 우려, 화물 수송실적 국가 승인 통계 누락, 관련법 사각지대 발생, 이용자 불편 가중 등 이유로 안정항을 무역항 또는 항계 밖 항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성동조선 의장안벽과 거리가 1km로 가깝고 선박 통항량이 많아 기상악화 시 LNG선과 타 선박의 충돌 개연성이 높고, 사고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선사협회 마산지회도 안전상 이유로 무역항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감사결과를 통보받은 경남도는 LNG 선박 등 대형선박 안전사고 등의 이유로 원칙적으로 개항이 필요하지만, 통영시 등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이때도 통영시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통영시는 표면상 지역 어업인 반대, 산단 입주업체 반대 등을 내세웠지만 시의 자주재원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시는 2000년 초반부터 2018년까지 한국가스공사에서 공유수면점·사용료를 받아왔고, 2008년부터는 매년 10억원가량을 받았다.

    통영시 관계자는 “어민들의 반대, 입주 업체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세수 감소”라며 “무역항으로 편입돼 항만법을 적용받게 되면 공유수면점·사용료가 크게 줄어들어 시 입장에서는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가 타당하지만 16년간 개항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해수부의 대응도 문제지만, 지방세수 확보를 위해 무역항 추진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통영시도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이곳에 지난 2012년 민간자본 청정LNG 발전소를 추진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줄다리기로 인한 부작용은 지금에서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항이 2002년부터 16년간 불개항장으로 운영되면서 누수된 것으로 추산된 380여억원의 국세는 법상 한국가스공사에 부과할 수 없고, 누락된 국가 물동량 통계도 수정할 수 없다고 해수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밝혔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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