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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내 이럴 줄 알았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0-02-19 20: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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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찮게 들었던 얘기가 현실로 다가오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휴일 가끔씩 가는 북면의 목욕탕에서 한 지인을 만나 서로 안부를 전하다 회사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회사 구조조정 얘기였다. 회사에 일거리가 없어 명퇴를 받을 거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귀띔했다. 아마 65년생 이상이 될 것 같다며, 이 연령의 해당 인원은 500명 정도 된다고 했다.

    소문이 현실이 되기까지 얼마 가지 않았다. 그것도 명퇴연령이 65년생이 아니라 75년생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인원은 기술직 및 사무직을 포함해 2000명 정도이다. 두산중공업 이야기다.

    두산중공업은 이 같은 내용의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엊그제 밝혔다.

    회사는 조직 재편으로 효율성을 기한다는 명퇴의 이유를 밝혔지만 지역사회에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거리가 없어지면서 직원 신상의 불안정함이 계속 지적돼 왔다. 가스터빈 쪽에는 일거리가 좀 있어도 원자력과 보일러 분야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급기야 회사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회사는 명예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임금과 학자금 등 최대한 지급한다고 하지만 대상자들의 삶은 불안함에 놓이게 됐다.

    구조조정 얘기는 정부가 지난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예고됐다.

    탈원전 이유가 지진에 의한 원전 사고의 가능성이라고 정부는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수소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가압수형 원전인 한국형과 잘못될 경우 수소폭발이 일어나는 비등수형 원전(후쿠시마, 체르노빌)의 차이점을 밝혔지만 한 번 정해진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형원전 개발자인 이병령 원자핵공학박사는 원전 관련 자신의 책에서 “원전사고란 핵연료에 물이 들어가지 않아 과열돼 녹고, 수소가 나와 폭발하는 것이지 지진에 의한 물리력이 원인이 아니다”고 했다. 즉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비상 발전기의 침수로 핵연료에 물이 들어가지 않아 수소 폭발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비상발전기가 높은 곳에 있었거나 방수 처리돼 있어 침수되지 않았다면 사고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기술의 자립화로 미국, 일본, 프랑스를 물리치고 수출까지 한 한국형 원전을 없애거나 약화시키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말을 한 번이라도 새겨들었으면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원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원전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은 타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 지역은 이미 STX조선해양과 S&T중공업이 구조조정 중에 있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2018년부터 생산직 520명 중 250명씩 2개 조로 나눠 6개월씩 3년째 무급순환 휴직 중에 있다. S&T중공업도 전체 직원 760명 중 170명이 순환유급 휴직 3개월로 올해 6월까지 이어간다.

    한때 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던 우리 지역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날지 예측하기도 힘든 실정에 놓이게 됐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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