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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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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4주년 특집] 희망등 밝히는 경남 조선산업

독보적 기술력으로 세계 LNG운반선 시장 장악

  • 기사입력 : 2020-03-01 2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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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와 함께 지구촌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LNG. 수년 전부터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LNG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다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LNG선의 발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선박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LNG선은 우리나라 조선사가 독보적인 강자 자리를 구축하고 있는 선종이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따라잡혀 저만치 뒤로 처졌고, 중국은 아직 기술력을 쌓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일은 결코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LNG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한다.

    거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높은 기술력을 살펴보고, 우리 조선산업의 희망찬 미래를 전망해본다.

    삼성중공업 근로자가 LNG선의 화물창을 검사하고 있다. 화물창은 외부충격과 상온으로부터 LNG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첨단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LNG선의 심장’이라 불린다./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근로자가 LNG선의 화물창을 검사하고 있다. 화물창은 외부충격과 상온으로부터 LNG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첨단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LNG선의 심장’이라 불린다./삼성중공업/

    ◇ 극저온의 액체 화물 LNG=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는 바다나 육지의 가스전에서 기체 상태로 뿜어져 나온다. 이를 채취해 기름과 수분 등 불순물을 제거하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운반이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육지로 연결돼 있다면 파이프라인을 깔아 보내면 그만이지만 바다를 건너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배로 실어 옮기려면 일단 액화를 통해 부피를 줄여야 한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상태가 바로 LNG(액화천연가스)다. 이때 LNG의 온도는 섭씨 영하 163도 이하이고 부피는 600분의 1로 줄어든다. 선박의 입장에서 볼 때 LNG는 극저온의 액체 화물이다. 이 액체에 테니스공을 담갔다 떨어뜨리면 산산조각이 나고 강철도 이 액체에 닿으면 유리처럼 부서진다. 상온에선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액체다. LNG는 무척이나 실어 나르기 까다로운, 골칫거리 화물인 셈이다.

    ◇ LNG선 핵심기술이 모인 곳 화물창= 극저온의 액체인 LNG를 배에 실어 옮기기 위해서는 LNG가 담기는 공간, 화물창이 관건이다.

    화물창은 외부 충격과 상온으로부터 LNG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첨단기술이 집약된 곳이다. 그래서 화물창은 LNG선의 ‘심장’이라 불린다.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비등점(영하 162도)보다 낮은 영하 163도 이하 극저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LNG선이 적도 부근을 지날 경우 화물창 안과 밖의 온도차는 200도 이상이다.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혹은 조금만 출렁여도 LNG는 어김없이 기화 본능을 드러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화물창은 특수제작이 필요하다. 극저온에도 견딜 수 있는 소재가 사용돼야 하고 기화를 막을 단열과 보온은 LNG선 제작의 핵심기술이다.

    ◇ 삼성·대우, 거제 양대 조선사의 기술력= 삼성중공업의 LNG선 화물창은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방벽 소재로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한다. 스테인리스 강판은 온도 변화에 따른 팽창과 수축에 대비하기 위해 주름을 잡았다. 여기에 알루미늄 금박에 유리섬유를 붙인 ‘트리플렉스’가 2차 방벽 역할을 하고 보온층은 강화 폴리우레탄으로 제작된다. 안전성과 성능이 충분히 검증돼 LNG선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화물창 방벽 소재로 니켈합금으로 만든 인바(Invar)강판을 채택했다. 화물창 내부 단열은 화산재를 원료로 한 보온재를 넣어 만든 자작나무 단열박스를 쓴다. 인바 강판은 0.7㎜의 얇은 두께여서 미세한 용접기술이 관건이다.


    삼성중공업 용접사가 LNG선의 화물창 방벽을 용접하고 있다. 영하 163도의 LNG가 담기는 공간으로 정밀한 용접기술이 요구된다./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용접사가 LNG선의 화물창 방벽을 용접하고 있다. 영하 163도의 LNG가 담기는 공간으로 정밀한 용접기술이 요구된다./삼성중공업/

    기화와의 싸움도 LNG선 건조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화물창 건조 기술로 아무리 막는다곤 하지만 기화는 LNG의 숙명이다. 초기 화물창에서 하루 0.15%의 LNG가 자연기화돼 날아갔다면 지금은 절반 수준인 0.07%까지 줄인 정도다. 길게는 한 달 이상 운항하는 것을 고려하면 선주 입장에선 큰 손실이다.

    그래서 기화돼 날아가는 천연가스를 붙잡아 연료로 다시 쓰는 방법이 고안됐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기화된 천연가스를 아예 액화시켜 화물창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재액화 시스템도 우리 조선사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다. 재액화기술의 선두주자 격인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삼성중공업 역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독자개발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삼성중공업/

    ◇ 진화하는 LNG선= LNG선은 이제 쇄빙기능까지 요구되고 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에 해양가스전을 개발하면서 북극항로를 따라 LNG를 실어나를 선박이 필요해졌다. 이 항로는 1년 중 9~10개월이 두께 2m의 얼음으로 덮여 있는 곳이다. 단순히 LNG를 실어 나르는 기능 외에 극한의 환경에서 얼음까지 깨며 전진해야 한다. 이미 삼성중공업이 이 항로에 투입될 쇄빙 LNG선 5척을 수주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쇄빙 LNG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 실력을 갖고 있다. 쇄빙 LNG선은 일반 LNG선보다 2배 가까이 비싼 초고부가선박이다.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도 LNG선이 진화한 또 다른 형태다. LNG-FSRU는 싣고 간 LNG를 선박 자체에서 기화시켜 천연가스로 만든 다음 육상의 소비처에 직접 공급하는 기능을 갖춘 LNG선을 말한다. LNG-FSRU는 육상에 LNG 생산기지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 발전·산업용 가스 수입을 확대하고 있는 중동과 동남아, 중남미 지역 신흥국을 중심으로 매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선종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이 빙해를 뚫고 LNG를 운반하고 있다./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이 빙해를 뚫고 LNG를 운반하고 있다./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쇄빙LNG선이 기다리고 있던 일반 LNG선에 LNG를 옮겨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쇄빙LNG선이 기다리고 있던 일반 LNG선에 LNG를 옮겨주고 있다.

    ◇ LNG선 기술 어디까지 왔나= LNG선은 이제 스마트 기능까지 탑재되고 있다. 기술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선박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선박을 스마트십(Smart ship)이라고 부른다.

    삼성중공업은 ‘에스베슬’(S-VESSEL)이라는 스마트십 시스템을 보유 중이다. 에스베슬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선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ICT(정보통신)기술로 통합 관리해 선박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항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연료 소모량 절감이 가능한 최적의 운항 계획을 수립하고, 장비상태나 고장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다. 육상에서 원격관제도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자율운항 선박도 연구 중이다. 작년 12월 거제 앞바다에 띄워 놓은 모형선박을 200㎞ 떨어진 대전에서 조종했다. 여기에는 5G 통신기술이 사용됐다.

    대우조선해양도 스마트십 기술 개발과 적용에 매진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9월 현대상선과 협력해 스마트십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사물인터넷 기반 리얼타임 서비스 연구, 선대 운영을 위한 육상플랫폼 연구, 선박 자재창고 자동화 시스템 개발, 경제운항 솔루션 개발 등의 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스마트십 기술 개발과 관련해 작년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스마트십 사이버 보안 상위등급 인증을 받았다. 또 세계적인 엔진업체인 독일 MAN-ES사, 스위스 WinGD사와도 디지털 선박엔진 솔루션 개발을 위한 기술협약을 맺는 등 스마트십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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