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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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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야구야 반갑다- 유승규(창원신월고 전 교장)

  • 기사입력 : 2020-05-03 20: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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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규 창원신월고 전 교장

    내일은 반가운 프로야구 개막일이다. 예정대로라면 3월 28일 개막하여 지금쯤은 팀당 30게임은 너끈하게 소화했을 것이다.

    야구 묘미는 직접 관람이다. 관중석에 앉으면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홈플레이트를 기준점으로 직선 두 개만 그어져 있고, 나머지 부분은 열려 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공간에 컴퍼스로 부채꼴과 원의 부드러운 곡선을 더하여 기하학의 묘미를 살렸다.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방망이를 거쳐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통통 튕기기도 하고, 시원하게 뻗어 나가기도 한다. 잡히거나 놓치더라도 항상 간발의 차이로 짜릿하다. 환호와 탄성이 온몸으로 파고드니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수렵채집 시대 DNA가 스멀스멀 기어올라,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초원에서 필사적으로 뛰고 던지고 낚아채는 원시인이 되어 단백질 대신 ‘삶의 활력소’를 사냥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맛본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지금까지 강자였던 미국 등은 비틀거리지만, 우리는 효과적으로 적응하여 ‘K-방역’이 롤 모델로 떠오르는 등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든, 강자생존 시대에서 적자생존 시대로 넘어가는 서막을 열었다는 자부심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얼마 전 질병관리본부장의 올 겨울 2차 대유행 가능성 경고는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언택트(untact)’ 세계를 인정하도록 더욱 압박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우선 무관중 경기고 선수들도 직접 신체 접촉을 피해야 하는 등 불완전한 개막이지만, 세계 스포츠계가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꿈꾸고 만든 비대면 접촉 시대의 새로운 길은 세계가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뉴 노멀이 될 것이며, 경기 방식을 완전히 뒤바꿀 티핑 포인트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르겠다. 내일 개막하는 야구는 직접 관람할 수 없어 아쉽지만,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 표준안이 잘 다듬어져 직접 관람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유승규(창원신월고 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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