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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항공MRO 파이, 꼭 반으로 갈라야 하나-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07-08 2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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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충호 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도시는 저마다의 색으로 옷을 입는다. 자연환경에 따라, 인위적 인프라에 따라 색깔은 유사해지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한다. 도시의 색은 가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모티프도 된다.

    진주·남해와 경계한 사천은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를 표방한다. 남해와 함께 바다를 끼고 있는 만큼 해양관광을 수입원의 한 축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유동자산일 뿐이다. 사천이 고정자산으로 삼고 있는 것은 역시 우주항공산업이다. 관련 기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산업적 구조는 사천을 자연스레 항공우주산업도시로 자리매김케 했다.

    도시의 색깔논의는 잠시 접어두고 시각을 넓혀본다.

    흔히들 말하는 중앙과 지방의 문제로 들어가보자. 혹자는 중앙이라는 표현에 심한 알러지 반응을 보이니 중앙보다는 수도권이라는 단어가 적합할지는 모르겠다. 일단 그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고, 흔히들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지역과 비수도권으로 지칭되는 지방 간의 문제에 접근한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역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 중 하나다. 국가라는 카테고리를 두고 보면 이런 지역이기적 접근법이 비판을 받을 경우도 있지만 지역구 의원으로서는 그것까지 살필 계제(階梯)가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 문제는 그런 지역이기적 접근법이 다른 지역의 이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경우다.

    사천시내에서 항공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항공정비사업) 중심의 ‘항공우주산업 중심도시’타이틀을 인구 300만의 거대도시 인천광역시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인천출신 윤관석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동인이다. 개정안은 항공기정비업·교육훈련사업 지원 등을 공사의 목적사업에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인천을 중심으로 항공산업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다는 게 제안 이유지만 항공MRO를 막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등장시킨 사천으로서는 여간 당혹스런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항공기정비업에 뛰어들 경우 단순히 MRO파이를 양분하는 차원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물류나 전문인력확보 측면에서 상대 우위에 놓인 인천에서 항공MRO사업이 진행될 경우 파이의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더 기울 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국토부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항공사 중심의 항공산업발전조합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런 우려를 부추긴다.

    사천시와 상공계가 하영제 국회의원과 함께 법안통과 저지 각오를 다지고는 있지만 승산은 미지수다. 국가 핵심인프라사업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를 이유로, 이미 정부가 지정한 MRO단지의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는 논리로 접근하겠지만 압도적 여당우위 국회구도에서 여당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을 과연 이런 논리로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나 정치권의 눈치를 심히 살펴야하는 MRO수행 당사자들이 애처로운 을의 지위에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상황을 반전시킬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수행주체는 역시 우주항공도시를 도시의 항구적인 색깔로 유지할 책임이 있는 사천시다. 시가 어떤 대책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우주항공산업 중심도시의 색깔과 자존심을 걸고 극복해야 할 일이다.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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