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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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무인시대- 이재성(시인)

  • 기사입력 : 2020-07-16 2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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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산대에 줄이 길다. 장바구니 가득 찬 식료품 사이로 불쑥, 언제부터였을까.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 단말기가 보인다. 동네 마트에도 무인안내기가 자리 잡았다. 물건을 올리고 바코드를 찍는다. 물건 하나하나 삑, 삑, 삑. 길어지는 품목에 점점 주머니가 가벼워진다. 자신이 고른 물건을 자신이 직접 계산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무인정산 안내 음성을 따라 물건을 찍고 결제수단을 선택한다. 이 모습이 낯선 사람은 계산원이 있는 계산대로 향한다. 긴 물건들을 추스르며 스마트폰을 들어 결제를 한다. 영수증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온다.

    계산대의 긴 줄과 기다리는 시간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편리하다.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신이 살 물건을 스스로 계산하면 된다. 그러자, 마트 안 사람들이 사라진다. 필요한 물건들과 덩그러니 남은 기계 앞에서, 아뿔싸! 길어지는 계산시간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순간부터 점점 빨리지는 내 손을 바라본다. 셀프서비스 속 구매 비용은 낮아진 것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서비스인지 헷갈린다.

    2021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저치인 1.5%, 130원이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저인금 인상에 따라, 청년층,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저임금 노동자를 외면한 결정이라며 규탄했다. 사장은 사장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기술의 발달로 편리해지는 만큼 오른 물가를, 그 값의 대가를 서로에게 던지고 있다.

    계산을 마치고 건물을 벗어나자 한구석 커피숍이 보인다. 무인커피숍이다. 가게 문 옆 벽면에 설치된 무인안내기가 보인다. 1000원도 하지 않는 커피값을 홍보한다. 커피숍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자판기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한 기계로부터 커피 한 잔을 받는다. 바로 옆 점포는 무인화 김밥집이다. 가게 문을 열면 무인안내기가 메뉴를 주문 받고 주방에서 기계가 김밥을 말고 자른다. 김밥 두 줄을 순식간에 받자 ‘이상한 나라’에 온 것만 같다.

    4차 산업혁명시대다. 코로나19와 함께 새로운 시대상이 그려지고 있다. 이미 단순한 일부터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언제 그칠지 모르는 만큼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는 일이 멀어져 간다. 점점 인간과 기계 간의 대면에 익숙해진다. 집에 도착하자 아침에 주문한 택배가 도착해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시대다. 온라인 거래의 불편했던 방법들이 결제시스템의 변화로 간편해졌다. 새로운 시대상은 편리함과 간편함을 무기로 더욱 우리 일상에 스며든다.

    서비스의 몫을 개인 또는 기계가 대신하는 동안 더욱 고급화된 서비스에 사람들이 눈을 돌린다. 나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에 높은 가격이 측정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제품인 공마저 기울어진다. 편리함의 이면에 달리는 라이더들, 24시간 쉴 틈 없는 택배기사들, 사고가 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자리가 있다. 세심한 관심과 제도가 필요하다. 고통을 서로 분담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이다. 기계와 인간 사이 이전에 사람과 사람 간 배려가 필요하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이재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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