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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병원 이야기- 김흥구(행복한 요양병원 부이사장)

  • 기사입력 : 2020-08-03 20: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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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거 병원에 한 달 입원비가 얼마나 하노?” 지인들로부터 가끔 난해한 질문을 받는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실에 따라 간병인 유무에 따라 물리치료 횟수에 따라 계산 방식은 달라진다. 복잡해서 사실 필자도 잘 모른다. 집 짓는데 평당 얼마나 하죠? 이 질문과 유사하지 싶다. 의료와 건축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인지라 항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듯하다.

    질문의 내용을 보면 환자를 치료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보살피는 일체의 의료서비스는 사라지고 물질적 비용만 대두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무한경쟁 속에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환자들을 모시는 병원의 역할이 의사 간호사 치료사 지원부서 직원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없이는 오래 유지되기가 힘든 업이다. 집을 짓는 일도 설계도를 만들고 공정별 물량 내역서를 작성하여 견적을 의뢰하는 과정들이 같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제조업과 달라서 혼선을 야기하고 정산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잦은 편이다.

    코로나 기세는 날로 확산돼 전 세계 감염 확진자는 1700만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65만명을 초과 했다. 가을에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예고되고 있다. 이전 스페인 독감이나 러시아 독감의 선행 학습에서 오는 2차 유행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병원도 요즘 많이 부산하다. 새벽부터 직원 분들의 체열검사를 위해 조기 출근자들은 벌써 6개월 넘게 반복되는 일상을 시작하고 퇴근 후에도 감염 예방을 위한 절제된 생활이 지속되고 있다. 보호자들의 면회는 대기실 창문 너머로 부모님의 안색과 건강을 살피는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재원환자 이서희님은 일본에서 출생했다. 일곱 살에 아버지를 따라 통영으로 와서 6·25전쟁 때 거제에 정착하셨단다. 여든이 넘어서도 연세에 비해 고운 자태를 하신 할머니는 슬하에 2남3녀를 두셨다. 공군 출신의 남편을 만나 첫눈에 서로 반해 결혼했다. 남편이 30년 전에 중풍으로 별세하셨다는 말씀에는 순간 눈자위가 붉어지는 소녀적 감성을 지니셨다. 오래전에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약간의 마비 증상이 있던 차에 작년에 고관절 골절로 입원해서 잘 생활하고 계신다. 맑은 성정을 가지신 할머니의 행복을 기원한다.

    박도사 아버님은 서부경남 양반이시다. 여든다섯 연세에 걸맞지 않고 자세는 꼿꼿하며 정신도 아주 맑다. 슬하에 1남5녀를 두셨는데 거의 매일 돌아가며 면회를 온다. 외동아들은 일찍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면회를 참 자주 오신다. 아버님은 대퇴부 골절로 수술을 받고 입원하셨다. 마음씨 착한 요양 보호사와 함께 바둑도 두시면서 잘 지내지만 늘 집에 가고 싶어하신다.

    환자에게 병원은 입원 기간 동안은 집과 같다. 청결하게 편안히 모시려 전 직원이 노력하지만 항상 모든 분을 만족시키지 못함에 송구하다. 다양한 여가 시간의 선용과 취미활동 영위를 위한 환자와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조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현재 의료체계의 문제점들도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의료기관의 부족과 의사의 충원이다. 정부는 현재 권역별 지역별로 다양한 공공 의료기관 설립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사 확보 방안으로는 지난 15년 동안 의대정원 년 3000명으로 제한하던 것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 동안 400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역의사 3000명, 역학조사 중증외상 등 특수의사 500명, 제약 바이오 연구자 500명이다. 2017년 기준 인구 대비 1000명당 우리나라 의사 수가 1.8명(한의사 포함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3.4명에 못 미치는 하위권이다. 의사의 공급 확대는 사후약방문이라도 반길 일이다. 우리는 이제 감염병 팬데믹 대비가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필수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김흥구(행복한 요양병원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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