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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주인의 짐과 머슴의 짐- 원순련(미래융합평생교육연구소 대표·교육학박사)

  • 기사입력 : 2020-09-14 21: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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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정 할아버지는 일 욕심이 대단한 분이셨다. 추수 때가 되면 어린 다섯 남매에게 하루 일을 다 해놓지 않으면 등교를 금지시켰다. 때문에 우리 형제는 새벽달을 보며 논으로 나가 볏단을 날라야 했다.

    두 마지기 논배미에 올망졸망 새끼 다발을 안고 선 우리들에게 새벽부터 일을 하는 이유와,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정하게 했다. 우리는 논 매미에 줄을 그으며 자신의 몫을 정했는데, 행여 다 하지 못하면 하교 후 꼭 책임을 지게 하셨다.

    코로나로 학부모도 학생도 참으로 답답하다. 주1~2회 등교는 학부모에게도 커다란 부담이다. 놀고 있는 것을 봐도 화가 나고, 인터넷 강의를 좀 다잡아 듣지 않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학부모도 학생도 행복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데 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학원에서 우리 아이에게 맞춤식 학습을 시켜왔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저 잘 차려준 밥을 떠먹는 학습만 해 왔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에서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학습방법은 바로 ‘자기주도적 학습’뿐이다. 학습 목표를 설정하는 일, 학습의 계획을 바르게 세우는 일, 힘들어도 자기와의 싸움을 하며 실천하는 일, 그리고 그 학습이 실시된 후 평가하는 일까지 스스로 밥상을 차려보게 하자.

    이런 학습방법은 결과가 절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도 학생도 조급해서는 안 된다. 기다리며 믿어주며 익숙해질 때까지 이젠 학습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학부모가 자녀의 학습을 도울 수 있단 말인가?

    1학기 종강을 하던 날 학생에게서 보내온 메일 내용이다.

    “교수님, 주인이 지는 짐은 아무리 많이 져도 무겁지 않고, 머슴이 지는 짐은 언제나 무겁다고 하신 그 말씀을 이제사 알았어요. 저는 제 수업의 주인이니 제가 알아서 짐을 올리겠어요.”

    모든 학생들이 이런 학생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 시대에 학부모도 학생도 이 사실 한 가지만 깨달았으면 좋겠다.

    원순련 (미래융합평생교육연구소 대표·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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