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경남시론] 지역화폐 논란을 지켜보면서-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0-10-04 20:12:06
  •   

  •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한동안 세간의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서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요약 공개한 것에서 촉발됐다. 국고와 지방비 지원 아래 추진되고 있는 지역화폐는 투입된 막대한 비용에 비해 경제적 성과는 미미할뿐 아니라 사회후생 감소와 사중손실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고 보아, 정책의 타당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이를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엄중문책’까지 언급하면서 강하게 비판했고, 여기에 몇몇 여야 정치인들이 질세라 거친 표현을 앞세워가며 이에 가세한 것이다. 논쟁이라기보다는 낯 뜨거운 언쟁 아니면 정쟁에 지나지 않았지만.

    논란의 대상이 된 지역화폐란 사실상 지역사랑 상품권을 가리킨 것으로서, 이것은 지역화폐의 한 특수한 형태에 불과하다. 지역화폐의 연원에 관한 설은 분분하나 대략 1930년대 세계 대공황기에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지역 공동체 범주에서 통용되었던 대안화폐인 지역화폐는 주류경제로부터 이탈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의 생존수단이기도 했고, 상부상조의 전통을 현대적 필요에 맞추어 변용한 것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0년대 종반에 도입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초반에 사회적 관심사로 널리 부상한 바 있다. 고유의 품앗이 전통과 결합한 상부상조 형태의 운동으로 전개됐는데, 이때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화폐가 우리 사회 지역화폐의 원형이었던 셈이다. 지금의 지역사랑 상품권은 일정한 지역 안에서 통용되는 교환의 수단이란 점에서 초기의 지역화폐와 비슷할뿐,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아래 중소상공인의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겨냥하여 추진되는 것이란 점에서 일종의 변종에 속한다.

    이 지역사랑 상품권 형태의 지역화폐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한 주장들이 상충되고 있는 것은 관점 차이 탓도 있지만, 실제로 그것의 효과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소상공인 보호의 효과만 해도 그렇다. 조세연 측 연구는 동네마트나 식료품점 등에서 소량의 매출 증가가 있었음을 대수롭잖게 평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조세연 측은 지역화폐 발행이 확산되면 약소한 지자체가 불리해진다고 보았지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한 연구는 소상공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산어촌이나 지방 소도시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의 도입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도 일률적이지 않다. 조세연 측의 부정적 판단과 달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는 이 지역화폐가 생산유발, 부가가치유발, 취업유발 등의 효과를 보이고 법정화폐보다 유통속도가 활발하다는 점을 들어 더욱 늘릴 것을 권한다. 행정안전부 측의 한 사례연구도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한국재정학회의 다른 연구에서는 지역화폐의 고용증대 효과는 유의하지 않으나 이것이 반드시 경제적 효과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전국 229개 지자체에서 9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기에 이르렀고 경남은 18개 모든 시군뿐 아니라 도에서까지 별도로 발행할 정도로 지역화폐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특히 재난지원금이나 복지급여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예까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사용의 편의성을 높이고 유통을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해 기존의 지류형과 카드형 및 모바일형 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화폐의 사회적 가치와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로도 불가피할 뿐 아니라 권장할 만한 일이라 여겨진다. 볼썽사나운 언쟁이나 정쟁을 말하는 건 물론 아니다.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