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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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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내가 바로 사회적경제 ④ 공동체 되살리는 사회적경제기업

“놀이·교육·육아 공동체, 다시 만들겠습니다”
동고동락, 인구 감소·고령화 등 지역사회 문제 주민 협력해 해결

  • 기사입력 : 2020-10-04 20: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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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부터 동네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동네가 남아 있고 아이들도 모두 이사를 가버린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과거 동네에 있었던 부모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원으로 옮겨 갔다. 이제 동네는 단순히 집을 품고 있는 빈 공간이 되어버렸다.

    경남의 많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이런 동네를 과거처럼 놀이, 학습, 육아, 협력의 장인 공동체로의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부모와 아이들이 일터와 학원으로 흩어진 상황에서는 양극화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공동체 복원 노력으로 인구 증가= 남해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이사장 이종수)은 지역 인구 증가와 함께 공동체 재생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전국적으로 알려진 협동조합이다. 지난 2017년 자녀의 대안교육을 위해 상주면에 이주한 몇몇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마을과 함께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었다. 처음 40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해 지금은 조합원 180명으로 늘어나며 크게 성장했다.

    남해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이 지난해 연말 마련한 송년잔치에 지역 아동들이 참여하고 있다./동고동락협동조합/
    남해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이 지난해 연말 마련한 송년잔치에 지역 아동들이 참여하고 있다./동고동락협동조합/

    동고동락협동조합은 아동·청소년 돌봄뿐만 아니라 청소년 문화예술캠프, 성인을 위한 인생학교, 마을 관광 콘텐츠 개발,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한 제품 개발 등 마을에서 주민들이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지역 인구 고령화로 인한 마을경제 침체, 지역 학교 폐교 위기, 귀농·귀촌인 일자리 부족 등의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뿌리가 됐다.

    특히 동고동락협동조합은 귀촌인들의 정착을 돕는 커뮤니티가 돼 남해군 면지역 중 상주면이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기도 했다. 2018년 8월~2019년 8월 1년간 남해군 인구는 336명 줄었지만 상주면 인구는 10명이 늘었다.

    이런 성과로 지난해 경상남도 제1회 민관협치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행정안전부 공동체우수사례 발표한마당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전국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종수 이사장은 “과거의 공동체라고 하면 친하고 어울려 사는 것을 뜻하면서 폐쇄적이라는 폐단이 있었다”며 “하지만 동고동락협동조합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과 같이 하자’는 기치로 활동하고 있다. 남해라는 공간이 경쟁교육이 아니라 혁신교육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노력이 마을 교육 플랫폼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담다(대표 이숙희)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소재 마을교육 지원기관이자 플랫폼이다. 2019년 1월 지역 주민들 9명이 아이들 교육을 바꿔보기 위해 만들었다. 이들은 처음 출자금으로 1인당 1000~3000만원을 선뜻 내놓으며 마을 교육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설립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들의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을을담다는 마을학교 운영 사업을 주축으로 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 교육, 사회적경제 교육과 공유카페 운영, 청소년 진로체험센터 운영, 지역 먹거리를 활용한 건강한 케이터링 등 다방면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활동이 마을강사 양성 등 지역의 교육 수요가 있으면 강사와 수강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 마을 공모사업을 적소에 매칭하면서 연계하는 역할도 한다.

    ‘마을을담다’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가족놀이터./마을을담다/
    ‘마을을담다’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가족놀이터./마을을담다/

    마을을담다는 새로운 시도에도 적극 나선다. 도내 비영리단체인 ‘잡(Job)다한연구소’와 함께 초등학생에게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밥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가정에서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이 아침식사를 잘 챙겨 먹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업을 기획했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면서 설문도 병행해 지역 어린이·청소년의 식사 실태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이 밥차 사업을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도내 사회적협동조합인 한들산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숙희 대표는 “어떨 때 행복했는지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놀았던 장면이 처음 떠오른다. 이처럼 마을을담다가 지역 아이들이 동네 친구들과 잘 놀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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