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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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협·경남신문 공동프로젝트] 자치분권, 주민자치회가 답이다

진주 집현면 주민자치위원회
의제 발굴 → 대안 개발 → 의사 결정… 주민 손으로 만든 ‘할매 이바구길’
지역 역사·문화 스토리텔링 콘텐츠

  • 기사입력 : 2020-10-29 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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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는 29년이 지난 현재,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자체 중심의 ‘단체자치’에서 지역주민 중심의 ‘주민자치’로의 전환이다. 더이상 관(官) 중심의 지방자치는 다양한 지역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획일화된 공공서비스는 차별화된 주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지역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것이다. 적극적 주민참여를 전제로 한다. 이 지점에서 주민이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활동할 ‘구심점’이 요구된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18년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 “주민과 지역사회 관점에서 공공서비스를 설계하고 주민이 주도해 지역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강조했다.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핵심이 주민자치회인 이유다. (편집자 주)

    할매 이바구길 150리 설화지도.
    할매 이바구길 150리 설화지도.

    2013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돼온 주민자치회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 주민자치기구다. 대다수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주민의 문화·복지·여가 프로그램으로 읍·면·동에 설치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주민자치회는 여기에 더해 다양한 지역현안 등을 포함하는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실행’한다. 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가 시범실시에서 정식 운영으로 확대될 것에 앞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경남신문은 주민자치의 우수사례로 평가받는 진주 집현면 주민자치위원회(이하 주민자치위)를 통해 주민자치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진주시 집현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 특성화 사업 발굴을 위한 역량강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집현면사무소/
    진주시 집현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 특성화 사업 발굴을 위한 역량강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집현면사무소/

    집현면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지역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동행 할매 이바구길 150리(이하 할매 이바구길)’ 주민자치사업으로 지난해 열린 제18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주민자치 분야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같은 해 제1회 경남도 주민자치박람회에서도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할매 이바구(이야기)길은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지역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농촌형 주민자치의 고정관념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할매 이바구길은 의제설정부터 진행 과정이 주민자치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올 6월 발행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 현황 및 향후 개선과제’ 연구보고서는 “주민자치의 핵심은 지역 내 마을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할매 이바구길은 지역현안을 찾고(마을의제 발굴) 해결방법을 도출하는(대안 개발) 주민자치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주민 스스로 되살린 농촌마을 이바구(이야기)

    ◇마을의제 발굴: 우리의 문제는 무엇일까?= 북쪽으로는 산청군 생비량면과 접한 진주시 집현면은 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20개 마을에 약 5000명이 거주하며, 과수·시설채소 등 특화작목 중심의 근교농업이 발달한 농촌지역이다.

    주민자치위는 저출생·고령화 속에서 인프라가 취약한 농촌마을이 자녀양육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바꿔보자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또 사라져가는 농촌마을 문화를 주민들과 공유해 세대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 주민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지역현안에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민자치위는 집현면 곳곳에 얽혀있는 옛 이야기(마을설화)와 옛 농촌문화생활상을 활용해 정서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집현면의 과거와 현재를 주민들이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동체를 활성화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2017년 6월 할매 이바구길이 추진된 배경이다.

    이야기를 품은 전신주. /진주 집현면사무소/
    이야기를 품은 전신주. /진주 집현면사무소/

    ◇대안 개발: 한계 발견되면 새로운 대안으로, 발로 뛰며 실행= 주민자치위는 할매 이바구길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농촌문화생활전시회(2017년)는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옛 농기구를 통해 농촌의 발전과정을 시각화한 공간이다. 이야기를 품은 전신주(2018년)는 주민과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을설화를 접할 수 있도록 전신주에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스토리텔링 사진전(2018년)은 옛 집현면 사진을 모아 전시해 애향심을 고취하는 게 목적이다.

    같은 해 주민자치위는 이처럼 ‘단순히 옛것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으로는 공동체 활성화가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지역이야기를 직접 전수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왔다.

    주민자치위는 주민들과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듬해 마을설화를 바탕으로 그림책 만들기→문화해설사(이바구 해설사) 양성→이바구 체험관 건립→이바구길 만들기라는 할매 이바구길의 단계별 로드맵을 도출했다. 이후 사전작업으로 직접 발로 뛰어 각 마을별 설화를 수집하고 실제 현장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자치위는 적극적으로 전문기관(진주YMCA)·진주시(찾아가는 주민자치교육)과 연계해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했다. 기존 대안의 자체적인 부족함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의 주민자치위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이 점을 보완하려고 한 것이다.

    할매 이바구길은 현재 진행형이다. 15개 마을설화의 위치를 담은 설화지도가 지난해 10월 완성됐다. 그림책 편찬, 해설사 양성 등 향후 계획도 준비 중이다.

    이바구길 150리 사진전. /진주 집현면사무소/
    이바구길 150리 사진전. /진주 집현면사무소/

    ◇민주적 의사결정: 주민 뜻 모으고, 주민 손으로 결정= 주민자치는 의제발굴, 대안개발만큼이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한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 주민자치위는 2018년 할매 이바구길의 한계를 발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2차례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주민자치위원들뿐만 아니라 주민, 이장협의회도 함께 모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전문기관과 연계한 원탁회의도 2차례 진행한 뒤 주민회의를 열어 최종적으로 의견을 수렴, ‘할매 이바구길 150리’를 공식 마을비전으로 결정했다.

    강미정 진주시 자치혁신팀장은 “(집현면) 주민자치위원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단합해서 직접 발로 뛰며 노력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마을 단위에서 해결할 문제들이 수없이 많은데 행정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주민이 관심을 갖고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현면 행복가꿈 주말농장. /진주 집현면사무소/
    집현면 행복가꿈 주말농장. /진주 집현면사무소/
    집현초등학교 등하굣길 꽃길 조성. /진주 집현면사무소/
    집현초등학교 등하굣길 꽃길 조성. /진주 집현면사무소/
    농촌문화생활전시회. /진주 집현면사무소/
    농촌문화생활전시회. /진주 집현면사무소/


    신한식 진주시 집현면 주민자치위원장

    “지역공동체 사업 모든 주민과 함께 추진할 것”


    신한식(사진) 집현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우리 스스로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하고, 실천해나가는 게 진정한 주민자치”라며 “여기서 의견을 내니까 실제로 바뀌더라.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야 주민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2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신 위원장의 그간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이다. 특히 그는 마을의제를 다루는 공론화 과정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의견이 나왔을 때 ‘안 된다’는 단어는 없다. 그래야 눈치보지 않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누군가 제시한 의제들을 모아놓고, 각자 찬·반 의견을 제시할 때도 누군지 모르게 쪽지로 낸다. 동네에서 서로 다 아는 얼굴들인데 ‘저 사람 나랑 친한데. 내 의견에 동조를 안 해줘’라는 생각이 안 들게 해야 한다. 서로 기분 상하지 않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야 사람들이 온다. 할매 이바구길 150리도 이러한 공론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했다. 끝으로 신 위원장은 “앞으로도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을 모든 사람과 같이 추진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진주 3개 면·동, 내년 1월 주민자치회로 전환

    금산면·상봉동·충무공동 시범지역
    시, 자치회 활성화 행정·재정 지원

    내년 1월 진주의 3개 면·동(금산면·상봉동·충무공동)이 시범실시 지역으로 선정 주민자치회로 전환한다. 향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과 지방분권 시대에 대비해 진주시는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주민자치회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컨설팅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며 주민자치 전문가가 이들 3개 지역의 주민자치회 분과운영,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등을 자문해 주민자치회가 잘 정착하도록 행정적 지원을 한다. 재정적으로는 주민참여를 통해 사업을 선정하는 주민참여예산 기능을 주민자치회에 부여해 주민자치회 주도로 마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예산을 편성했다. 향후 보조금도 지원해 자체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는 주민자치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진주지역 30개 주민자치위 위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주민자치교육’을 90회 실시했다. 강미정 진주시 자치혁신팀장은 “행정에서는 주민들이 마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행정을 펼칠 계획이다”고 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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