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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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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몸살- 김은아(통영해경 홍보실장·경위)

  • 기사입력 : 2020-11-12 2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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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받고 싶다. 내 몸이 나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며 주위를 돌아볼 틈 없이 살아가고 있을 때 덜컥 몸살이 난 것이다. 온몸에 힘이 빠져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열이 올라 숨 쉴 때마다 뜨거운 호흡을 내뱉지만 정작 몸은 으슬으슬 떨리며 너무나 춥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던 내 인생이 몸이 아파오자 갑자기 서러워진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괜스레 솟아나려는 눈물을 삼키며 어느새 살며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허기가 졌다. 배에 곡기를 채워 넣으려고 죽을 시켜서 그릇에 퍼 담았다. 다행히 배가 든든하게 차오르니 아픔을 버텨낼 힘이 조금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내 몸이 자기도 챙김을 받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듯하다. 나를 챙기지 않고 회사, 아이, 집안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내 관심사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몸살이 오면 가장 먼저 나를 스스로 챙기게 된다. 혼자 씩씩하게 병원에 가서 링거도 맞아야 하고, 죽 집에 혼자 가서 용감하게 죽도 먹어야 한다. 어찌됐던 나를 사랑하고 챙길 사람은 첫 번째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몸살이라는 녀석이 깨우쳐 준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몸살이 난 이유는 환절기에 면역력이 약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나를 돌보지 않은 나에게 주어진 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혼날 일이다. 성인이 되어 아이까지 있는 나를 더 이상 혼낼 사람은 없다. 그래서 몸이 스스로 벌을 내리는 것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표현하느냐 무시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내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감정을 참아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 받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녀처럼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끔 가벼운 질병이 오는 것은 ‘자신을 공주처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내 몸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기몸살을 앓는 분들이 있다면 서러워 말고 나를 더 사랑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은아(통영해경 홍보실장·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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