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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운석 분지’ 20년 父女 열정으로 빛 봤다

고 임판규옹, 적중·초계 분지 연구
“희귀 분지… 관광지 개발해야” 주장
자료 갖춰 운석 문화재 지정 노력

  • 기사입력 : 2020-12-17 2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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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합천 적중·초계 분지 탄생의 비밀은 어떻게 밝혀졌을까?(15일 1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14일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 연구팀이 합천 적중·초계면 일원 분지에 대해 운석 충돌로 5만년 전 생성된 운석 충돌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적중-초계분지의 실제 운석충돌구는 직경이 4㎞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최소 직경 약 200m 크기의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의 충돌 때 발생된 에너지는 1400메가톤(MT)으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8만7500배에 달하며, 1908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M=8.4) 때의 발생 에너지와 같다.

    적중·초계 분지 탄생의 비밀이 세상밖으로 나오기까지 합천군 초계산안개발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고 임판규(2013년 작고)옹의 역할이 크다.

    2003년 8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교수·학생 등이 참여해 초계면 관평리 장동부락을 시작으로 분지를 조사했다.
    2003년 8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교수·학생 등이 참여해 초계면 관평리 장동부락을 시작으로 분지를 조사했다.
    고 임판규(맨 왼쪽)옹이 탐사팀과 함께 초계면에서 함께 운석분지 관련 지질조사를하고 있다.
    고 임판규(맨 왼쪽)옹이 탐사팀과 함께 초계면에서 함께 운석분지 관련 지질조사를하고 있다.

    임판규옹은 초계·적중 분지가 운석충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를 입증하기 위해 2002년 7월 ‘우리산 땅의 자취답사단’의 지질학계 관련 자료와 아리랑 1호가 쵤영한 위성사진 등의 관련 자료를 근거로 초계·적중 분지를 ‘운석분지 문화재 지정’신청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임 옹은 자신이 주도한 초계산안개발추진안(2003년 발표)에 적중·초계 분지는 백악기 8400만년 전후에 운석충돌 파열로 인해 지하 600m까지 내려앉아 그 넓이가 남북으로 5㎞, 동서로 8㎞로 형성된 분지라고 주장했으며, 이곳을 세계적으로 유일한 운석분지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추진해야 할 땅이라고 기록했다.

    교수·학생 등이 참여한 초계면 분지 관련 조사 당시 모습.
    교수·학생 등이 참여한 초계면 분지 관련 조사 당시 모습.

    개발안에는 기초 지질조사(부산대학교 이상원 교수팀)와 중력탐사조사(부산대학교 최광선 교수팀) 결과도 실렸는데, 연구팀은 이곳 환상지형의 성인이 운석충돌에 의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임 옹은 당시 상기지역의 구조지질조사와 탄성파 탐사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고 임판규 옹이 추진했던 초계 산안 개발안.
    고 임판규 옹이 추진했던 초계 산안 개발안.

    이후 임 옹의 딸인 임춘지 합천군의원은 지난 2018년 8월 의회 발언을 통해 “역사문화적 유적들은 방치되어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어 재발견하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초계는 옛 초계현 중심지인 초계산안으로 백악기 8400만년 전후에 운석충돌로 600m 지하로 떨어져 파열되어 생긴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형의 분지로 해발 600m 내지 700m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며 관광자원화 할 것을 주장했다.

    임춘지 합천군의원이 부친의 개발추진안을 소개하고 있다.
    임춘지 합천군의원이 부친의 개발추진안을 소개하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도 “학계에선 화산 분출의 흔적은 없고 운석 충돌로 인한 구덩이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며 “초계분지 내에 은하수 관측을 위한 천문대 설치를 제안하며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것이 아니라 해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 부녀의 끈질긴 노력으로 한국지질자원 연구팀은 지난 1월부터 이곳의 퇴적층 분석을 통해 운석 충돌에 의한 고유한 충격파로 만들어진 미시적 광물 변형 증거(평면 변형 구조)와 거시적 암석 변형 증거(원뿔형 암석 구조)를 찾아냈다. 임 의원은 “아버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밤새도록 별이 쏟아지는 듯 가슴이 벅차고 감개무량하다”며 “그때 연구가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야 적중·초계 운석이 역사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임 옹은 적중면 출신으로 합천중학교 교사를 하다 의사로 전직했다. 의사로서 최초로 합천군 보건소 소장을 역임했고, 합천한의학박물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글·사진= 서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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