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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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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경남신문 소나기 캠페인] (5) 35년간 정기후원 이윤호씨

“단돈 만원 아쉬울 때 있었지만 후원 중단은 꿈도 안꿨어요”

  • 기사입력 : 2021-07-09 08: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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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경남 지역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를 전하는 ‘소(소소한)나(눔)(이야)기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소나기’에서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잠시라도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들의 나눔 이야기를 전달한다.

    캠페인의 다섯번째 주인공은 35년 동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정기후원을 하고 있는 이윤호(55)씨다. 윤호씨는 후원과 더불어 지인들과 함께 ‘동그라미회’라는 봉사모임을 조직해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30년 넘게 진행해오고 있다. 윤호씨는 나눔에 대해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전했다.

    어릴적 수해로 집 잃고 도움받은 계기
    1986년 3000원으로 시작, 입대 후 계속
    1990년 봉사모임 ‘동그라미회’ 결성
    결연아이와 나들이·음식나눔도 실천
    “후원 전도 어렵지만 포기 안할래요”

    나눔실천으로 행복감이 충만해졌다고 말하는 이윤호씨./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나눔실천으로 행복감이 충만해졌다고 말하는 이윤호씨./초록우산어린이재단/

    ◇어린시절 받은 도움 베풀고 싶어= “제가 받은 나눔을 돌려주고 싶었어요.”

    유년시절 수해로 집을 잃은 윤호씨 가족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당시 그의 가족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나눔은 다시 사회로 환원해야 할 숙제 같은 존재였다. 이후 성인이 된 윤호씨는 도움을 받은 만큼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윤호씨는 “유년시절 누군가 내밀어 준 손길 덕분에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1986년 윤호씨는 우연히 신문을 통해 당시 한국복지재단이었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알게 돼 3000원으로 후원을 시작했다. 군입대 후에도 후원을 중단하지 않고 이어가며 동료와 군 간부들에게도 후원을 권유하며 많은 후원자를 개발했다. 그렇게 이어온 후원은 어느덧 35년이 됐다. 그는 “꾸준한 나눔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뿌듯함을 느끼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나눔의 행복을 알리고 싶어 만든 봉사모임 ‘동그라미회’= “저희 동그라미회의 이름엔 ‘세상을 모나지 않고 둥글게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군 제대 후 취업한 그는 당시 특례로 군복무를 하고 있던 지금의 ‘동그라미회’ 동생들을 만나게 됐다. 윤호씨는 동생들에게 소년소녀가장세대 수기집인 ‘혼자도는 바람개비’를 선물하며 후원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다. 이에 감동을 받은 동생들이 하나둘씩 후원에 동참하게 됐다. 이들은 단순히 후원금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도 함께 진행해보자는 취지에서 1990년 봉사모임인 ‘동그라미회’를 조직하게 됐다.

    윤호씨를 비롯한 동그라미회원들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문화 체험의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동그라미회원들의 결혼 전에는 아이들과 무학산을 함께 오르고 돝섬 나들이도 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결연아동들을 수시로 집으로 초대해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주말 나들이도 했다. 지금은 결혼, 코로나19 등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윤호씨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함과 나눔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나눔을 지지해주는 가족·지인은 큰 원동력= “경제적 어려움에도 후원을 중단할 생각은 없었어요.”

    윤호씨가 35년 가까이 후원을 이어오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자식들을 키우고 가정생활을 하며 단돈 만원이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도 중단 없이 지금까지 후원을 할 수 있었던 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아내였다. 윤호씨의 아내는 후원에 있어 존중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윤호씨는 “30년을 한결같이 같은 길을 바라보고 함께 생각하는 ‘동그라미회’ 식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나눔은 전파되는 것= “많은 사람들의 나눔이 모여 어려운 아동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윤호씨는 따뜻한 마음으로 기회만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후원을 설명하고 있다. 군 시절 상사에게 소년소년가장세대 수기집을 손에 쥐어주며 후원 참여를 이끌었던 게 첫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후원자를 개발해 온 윤호씨도 요즘에는 후원에 대한 안내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전했다. 워낙 많은 단체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후원금 사용에 대한 불신으로 후원 참여를 이야기해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호씨는 후원전도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제가 35년을 후원한 데에는 그 이유가 있겠지요. 투명하게 후원금을 사용하니 저를 믿고 참여해보세요.”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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