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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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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역,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1-02 20: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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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시는 영남권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다. 지난 1965년엔 인구 21만명에 달했다. 올해 9월 기준 10만3000여명이다. 매년 1000여명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한다. 시(市) 지역이 이 정도이니 군(郡) 단위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소멸’로 치닫는 지역의 현주소다.

    정부는 얼마 전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0%에 가까운 89곳을 소멸 위기에 놓인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경남에선 시 지역으로 유일하게 밀양을 포함해 11곳이 선정됐다. 정부는 연간 1조원의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을 선정할 때 가점을 주는 등 지원을 통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이미 발표한 2단계 재정분권 계획에 포함돼 있다. 기금배분심의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가 맡기로 한 것도 분권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기금 운용이 기존 국고보조사업처럼 전락할 수 있다고 지자체는 우려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임기 말인 지난달엔 “더욱 강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역 불균형은 풀지 못한 숙제”라며 정책실패를 에둘러 자인했다. 지방소멸과 수도권 초집중화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9년 11월엔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50.01%)했다.

    문재인정부 균형발전정책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3기 신도시 지정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수도권 쏠림을 조장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사업 등 신성장동력은 수도권에 몰아줬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얼마 전 이건희 기증관 입지 후보지 결정 과정은 유치전에 나섰던 경남 등 지역을 들끓게 했다. 지자체 간 과열 경쟁 때문에 공모하지 못한다는 문체부의 해명은 어이가 없다. 결국 일방적으로 서울 부지 2곳만 후보지로 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앞세웠다. 그런 식이면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 문화·복지 접근성 또한 지역민은 ‘2등 국민’이다. 경남은 종합병원 접근성이 31.54㎞이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서울은 2.85㎞다. 공연문화시설 접근성은 서울 2.08㎞, 경남 10.27㎞이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발전의 동력을 제공하는 지방 대학은 고사 위기다. ‘벚꽃 피는 속도에 따라 지방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감사원이 지역별 일자리 분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9년 기준 자산총액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 2278개의 소재지와 업종을 분석했다. 서울 1179개(51.8%), 경기 418개(18.3%), 인천 64개(2.8%)로 수도권에 총 1661개(72.9%)가 몰려있다. 청년들은 너도나도 수도권행 보따리를 싸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은 대선후보 단골 공약이다. 하지만 그동안 성과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기도 썩 미덥지 않다.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 균형발전을 강조하지만 차별성이나 절박함은 부족하다. 대신 그 자리엔 ‘수도권에서 이겨야 패권을 잡는다’는 일차원적 표 계산이 자리했다.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가 똬리를 틀고 정치적 이전투구만 난무한다. 잊지 마라, 나머지 절반은 지역이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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