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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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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더 이상의 아픔은 없어야 한다- 이준희(창원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1-11-08 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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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녀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다. 이른 새벽, 엄마·아내가 차린 밥을 먹고 집을 나선 남편과 아들은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인 그들은 그렇게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갔다가 가족이 기다리는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보려고 일한 죄밖에 없는데, 오히려 소중한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최근 제정됐으나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30대 청년이 설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창원 성산구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인 대원강업 공장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젊은이는 판스프링을 압착해 이동시키는 설비가 멈추자 점검을 위해 설비 안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앞서 26일에는 거창군 위천면의 한 석재 공장에서 일하는 60대 노동자가 착암기로 돌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다 1.5m 높이에서 굴러떨어진 지름 1.3~1.5m, 무게 1t가량의 암석에 깔려 숨졌다. 그리고 지난 4일에는 H중공업 고압전동기 가공반 터닝작업장에서 60대 노동자가 700㎏ 무게의 고압전동기 프레임에 깔려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산업재해는 산업 현장의 안전조치가 얼마나 부실하고 미흡한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한국은 산재 사망률(2018년 기준 10만명당 5.09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불명예를 안고 있다(통계청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보고서 2021’). 지난해 산업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882명, 하루 2.4~2.6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질병으로 인한 산재 사망자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도내 산재 사망 사고(10월 말 기준)는 44명. 6.2일마다 1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창원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김해 6명, 거제 5명 순이었다. 지게차에 부딪히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기계에 끼이고, 가스흡입으로 인한 질식으로 숨지는 등 사고 유형도 다양했다. 이 모든 것이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다. 외국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을 엄하게 처벌하면서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 세계적으로 산업재해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은 노동자 사망 사고로 기업 연매출액의 25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법안 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조차 안 되는 등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인 만큼 산업 현장의 안전기준 강화와 단호한 처벌로 더 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죽지 않도록,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가 더는 없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준희(창원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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