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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대선보다 요소수가 더 급하다-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11-09 20: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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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소수 대란 사태가 대선정국을 뚫고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보다 화물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차주들에게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요소수 부족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소수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할 디젤차량은 215만6249대에 이르고, 이 가운데 트레일러와 덤프트럭 등 중대형 화물차가 국내 요소수 수요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때문에 화물수송을 담당하는 중대형 트럭의 운행이 중단되면 곧바로 화물대란으로 이어져 수출은 물론 국내 물류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요소수는 디젤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해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돼 사실상 운행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환경정책이 강화되면서 판매된 디젤차량에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하게 했고, 2019년부터는 1t트럭까지 확대해 요소수 필요차량이 급증했다.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은 일반적으로 10ℓ를 넣으면 600~700㎞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중대형 화물차의 경우 한 달에 서너 번은 요소수를 채워야 한다.

    국내에 요소수 대란사태가 발생한 것은 국내 문제가 아닌 중국과 호주 간 무역분쟁 여파가 가장 크다. 요소수는 석탄을 이용해 만들며 중국은 호주에서 석탄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진원지 조사 문제 등으로 감정이 쌓인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해버리고 대신 아프리카 기니에서 석탄을 들여올 예정이었지만 기니 자국 내 군사 쿠데타로 수입이 중단되면서 중국 내 석탄부족으로 요소수 생산도 어렵게 되면서 수출제한을 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사용하는 요소수의 97%를 중국에 의존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이처럼 중국과 호주 간 무역분쟁이 한국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듯이 전 세계는 지구촌으로 불릴 만큼 하나의 끈으로 묶여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곧바로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움직임이 일시에 중지되는가 하면, 중국의 전력대란으로 전 세계 철강, 시멘트, 석탄, 화학, 알루미늄 가격이 폭등한다. 미국 면화 생산지인 텍사스의 홍수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면화를 대체할 수밖에 없어 유가, 물류가 덩달아 인상된다. 태국 북부 산업단지가 홍수로 침수되자 전 세계 관련 컴퓨터와 자동차산업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자연재해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테러 등이 발생할 때마다 특정 국가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요동친다.

    앞으로도 요소수 대란과 같은 유사한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위기상황 때 얼마나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행정직 공무원은 창원시 인구보다 많은 109만명이 넘지만 역대 정권이나 지자체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수준이다. 위기는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지금은 대통령선거보다 요소수 부족이 더 시급하고 간절하다.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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