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2년 05월 29일 (일)
전체메뉴

[작가칼럼] 거북과 거북목- 도희주(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21-11-11 20:31:37
  •   

  • 요즘 TV엔 유난히 척추질환 치료와 관련된 광고가 많다. 심지어 택시나 버스광고도 척추전문병원 광고가 다수를 차지한다. 척추질환은 목이나 허리 계통의 통증이다. 경추나 척추 마디 사이의 추간판이 탈출하면서 생기는 증상임을 일반인들도 안다. 중년을 넘어서면 절반 이상은 이미 척추 치료경험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목 베개 등 베개에 허리 펴는 지압도구까지 성황이다. 외국인들이 보면 한국인은 뼈가 정상이 아닌 나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누군가 허리나 목통증을 호소하면 주변 사람들이 웬만한 치료방법까지 다 알려준다. 무슨 요가가 좋다. 무슨 운동이 좋다. 이러저런 음식은 피해라. 심지어 어떤 한약재들을 얼마만큼 넣고 몇 시간 푹 달여 하루 몇 잔씩 마시라는 한의원에 버금가는 처방까지 줄줄 나온다. 그리고 병원 물리치료실엔 중년에서 노년까지 엎드리거나 누워 치료받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어 실소를 금치 못한다.

    한국이 세계 IT강국이지만 그 이면은 목디스크나 허리디스크 강국이기도 하다. 환자가 많아짐에 따라 해마다 새로운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다. 필자도 한동안 목디스크, 일명 ‘거북목’으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하고 체형교정센터를 기웃거리며 다닌 적 있다. 그런 쪽의 병원이나 체형교정센터 가면 뼈대가 성치 않은 사람만 보인다. 심지어 몇 번 설명 듣고 치료받다 보면 척추질환자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거북목이 되면 증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두통은 기본이고 눈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어지러울 때도 있다. 대체로 구부정한 자세로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폰을 많이 보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생과 사무직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몸이 바빴던 시절엔 없었던 병이 머리가 바쁜 시절이 되면서 생긴 셈이다. 현대인 직업은 주로 눈과 손가락이 바쁜 일들이다. 하루 여덟 시간에서 많게는 열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걸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그러다가 우스운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다.

    ‘거북목’에 관해 만약 거북이가 듣는다면 무슨 말을 할까. 거북은 바쁠 게 없는 동물이다. 보고 있노라면 갑갑할 정도로 느리다. 게다가 갑옷에 둘러싸여 천적도 없다. 느긋하게 먹이를 먹고 배부르면 목을 쏙 집어넣고 푹 자면 그뿐이다. 인간이 부러워하는 자연주의 삶. 그래서일까. 거북처럼 느림 삶을 표방하는 갖가지 사회적 운동도 유행한다. 슬로 라이프(slow life) 슬로 푸드(slow food) 슬로 시티(slow city) 같은 것들. 하지만 보통 사람에겐 꿈이다.

    현대인들은 하나같이 숨차게 산다. 무겁게 살고 지쳐가면서 산다. 한 줄로 죽 세워 만화로 그려놓으면 등을 구부리고 거북처럼 목을 길게 빼서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줄줄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모습이지 않을까.

    거북의 수명은 200년에서 길게는 500년이라고 한다. 인간들은 근본적으로 장수 욕망이 있다. 그렇지만 삶은 거북과 거꾸로 간다. 영혼은 느린 자연을 갈구하면서도 몸은 정신없이 바쁜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텃밭을 꿈꾼 지가 언젠가. 거북목으로 좁은 베란다 화분 서너 개를 구부정하게 내려다보며 만족해야 하는 삶. 거북이처럼 여유 있는 삶은 요원한 것일까. 씁쓸하다.

    도희주(동화작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