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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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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라질 운명에 처한 밀양강 상행선 철교- 이형우(법무사)

  • 기사입력 : 2021-12-13 2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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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강 상행선 철교는 그야말로 이 한반도의 영욕을 고스란히 지닌 철교다.

    일제 시기인 1944년 8월께 완공된 철교로 그 길이는 약 568m에 이르는 한강 이남의 가장 긴 철교이고, 완공된 이후 전혀 손상 없이 완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현재까지 단 하루도 기차 소리 끊긴 적이 없는 철교이고 철로인데 철거되고 부수어질 그 길이만 약 1.7㎞에 이른다.

    한국 전쟁 당시에도 대구~부산 간 경부선 철로는 운행돼 8·15 해방 이전까지는 일본 만주국의 유지, 중국과의 전쟁에서 군수 물자 등을 운송하는 목적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한 철교이자 철로다. 일제의 군사·경제적 침략의 목적으로 1936년부터 이뤄진 경부선의 복선화 작업 과정에서 건설된 것으로 1944년에 완공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이 민족의 최대의 비극이자 참극인 6·25 전쟁에 참전한 UN군의 군수물자가 이 철교와 철로를 통해 대구까지 운송돼 소위 ‘낙동강 전선’에 투입됨으로써 미군과 한국군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휴전 후 1954년에 발표된 밀양 출신 불세출의 예술인 박시춘이 작곡하고 국민가수 남인수가 부른 ‘이별의 부산정거장’ 2절에 ‘서울 가는 십이열차에 기대 앉은 젊은 나그네, 시름 없이 내다보는 창 밖의 등불이 존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그 나그네도 이 철교와 철로를 통해 서울로 갔을 것이다.

    이러한 철교가 철거될 운명이다. 20여년 전 철교 바로 앞에 건설된 최초의 고층 아파트 군락인 청구아파트, 대우아파트 주민의 기차 소음 민원으로 국비 1468억원을 들여 소음 없는 새로운 복선 철교 및 철로가 가설되기 때문이다.

    예산을 받아낸 지역 정치인과 밀양시장 등은 위 주민들이나 시민들의 칭찬을 받을 만하다. 문제는 밀양시 및 철도시설공단은 이 상행선을 철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듯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철교, 철로를 뜯거나 부수는 것을 방치할 경우 훗날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 이 상행선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신설된 교량에서 갑자기 전류가 끊겨 신설된 철교 위에서 기차가 멈추든지 디젤기관차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구조대가 투입돼 승객을 구조하는 등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거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보기가 싫다면 안 보면 될 일이다. 노후돼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육중한 기차가 하루에만 100여 편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거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이형우(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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