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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갈등-2

  • 기사입력 : 2021-12-20 08: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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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사는 “상흔 극복과정을 시간적으로 나열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상흔에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자연적인 것은 역병을 포함한 재난재해가 해당된다. 인위적인 것은 인간의 작위성을 토대로 한 모든 것들이다. 이런 상흔의 극복과정은 18세기 이전까지는 동서양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과학의 정수를 꽃피운 서양과 그렇지 못한 동양 양쪽간의 ‘복지(福祉)’의 차이는 도저히 그 간극을 좁힐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서양은 증가하는 지수함수 그래프 모양마냥 엄청난 속도로 모든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인프라를 통해 서양의학은 모든 질병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비교하여 동양의학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아니다. 학문의 발전 속도가 서양을 따라잡을 수 없었을 뿐, 동양만의 특징이 더욱 단단해지게끔 착실히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었다. 상황이 이럴지니 동·서양의 문화교류 또한 이전과도 다른 양상을 띨 수밖에 없었다. 기술력의 차이는 국력의 차이로 이어졌고 이는 문화교류에 있어서도 동등한 입장이 아니게 되었으며, 결국 전쟁을 통해 ‘가피관계(加被關係)’가 형성되었다. 이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는데 바로 현재까지도 이어져오는 동·서양의 이미지다.

    동양과 서양을 떠올리면 절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동양은 왠지 신비스럽고, 서양은 왠지 좋을 것 같은 느낌” 그것이다. 신비스럽다는 것은 보기 좋은 포장일 뿐 기술문명 수준이 낮다는 것을 기반 함은 누구나 인지한다. 이런 전반적인 인식이 모든 문화에 걸쳐 영향을 주었고, 본래문화(本來文化)의 발달이 동반되지 못한 상태에서 서양문물의 엄청난 ‘복지’를 반강제적으로 접하게 됨으로써 ‘본래문화의 정체성’이 흔들려 버렸다.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 한들 개인의 판단력과 도덕성이 배양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현 의료계의 그릇된 실태는 이런 배경 하에 형성된 것임을 반드시 인지해야만 한다.

    인지를 했다면, 건강한 관계정립을 위해 당장 해야 할 것들과 긴 시간을 내다보고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당장 해야 할 것들은 각 학문의 교류다. 서로가 가진 장점들은 이미 수천 년간 쌓아온 경험의 데이터로 입증되었으므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단점들만 보완하면 된다. 결국 학문의 통합이 요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합이란 것을 어떤 의미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학문적으로의 통합은 매우 요원하다. 학문의 기반배경과 발전방향이 다르고, 현재 주류와 비주류의 위상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분류의 체계화를 더욱 명확히 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각 학문이 가지는 우위를 의료이용이라는 기준에 근거하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이 의료를 이용함에 있어 ‘어떨 때 어디를 내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란 것만 알더라도 의료서비스 이용 중 나타나는 혼선 및 의학계 간의 갈등은 상당부분 감소할 것이다.

    그 후 이원화된 의료체제가 가진 장점을 의료 선진국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글로벌화 해야한다. 지난 달 미국 하버드 대학교 발 코로나 치료에 있어 침술(鍼術)이 큰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런 소식들은 이번만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오고 있다. 그런데 왜 한의학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소식들을 접하기가 힘든 것인가. 누구나 아는 세계 유수의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한의학에 대해 집중하고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

    최낙명(몸그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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