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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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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차(MZ)세대 ‘차 즐기는 법’

귀티(Tea) 나고 부티 나게

  • 기사입력 : 2022-02-17 20: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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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통나무를 베어 만든 탁자에 좌식으로 앉아 비싼 다구들로 찻잎을 우려 즐기는 것. 흔히 전통차를 마신다고 하면 떠올려지는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티백이 아닌 찻잎을 우려 마시는 일은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전통찻집에서나 볼 법한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차를 즐기는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차를 음미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발생과 더불어 자기관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다. 하동녹차와 김해 장군차 등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차의 산지를 갖고 있는 경남에도 누구든 쉽게 차를 접해볼 수 있는 티하우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

    ◇차의 세대

    “차는 와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산지마다 찻잎도, 제조방법도 다르고 숙성시간이나 블랜딩에 따라서도 다양한 색·향·맛을 내니까요. 다구의 정렬과 다도의 행위도 경건하고 프라이빗하니까 이런 부분을 신선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2022년을 이끌 10대 트렌드 단어 중 하나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꼽았다. 절제하며 건강을 관리하던 이전과 다르게 예방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즐겁게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자신의 몸상태에 알맞은 차를 마심으로써 건강도 챙기고, 요가·필라테스·명상 전후로 차를 우려내고 차맛과 공간을 느끼며 마음을 단련하는 일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과 제주를 시작으로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듯 코스로 나오는 음식에 어울리는 차를 곁들이는 ‘티 페어링’, 그 계절과 분위기에 맞는 차를 코스로 개발해 어울리는 디저트와 내놓는 ‘티오마카세’와 ‘다회’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

    16일 오전 창원 ‘온은 티하우스’ 이정원 대표가 다구를 예열하고 있다.
    16일 오전 창원 ‘온은 티하우스’ 이정원 대표가 다구를 예열하고 있다.
    16일 오전 창원 '온은 티하우스'에서 이정원 대표가 다구를 예열하고 있다. 16일 오전 창원 '온은 티하우스'에서 이정원 대표가 하동매화녹차에 거름망 위로 차를 붓고 있다./이슬기 기자/
    16일 오전 창원 '온은 티하우스'에서 이정원 대표가 다구를 예열하고 있다. 16일 오전 창원 '온은 티하우스'에서 이정원 대표가 하동매화녹차에 거름망 위로 차를 붓고 있다./이슬기 기자/

    코로나로 건강 관심 높아지자
    차 즐기는 연령대 젊어져
    음식에 차 곁들이는 ‘티 페어링’
    차 코스인 ‘다회’ 등 다양

    창원 ‘온은 티하우스’ 등
    젊은 감각 스민 찻집 도내 속속
    김해 ‘금란다원’선 티 클래스도

    ‘차 담긴 책’ 뜻하는 ‘하동차편’
    관아수제차·청석골 감로다원
    질 좋은 잎차 접할 수 있어 인기
    팝업스토어·책방 등으로 홍보

    ◇티하우스를 찾다

    “매화도, 녹차도 모두 하동에서 난 것들입니다. 먼저 차주전자의 뚜껑을 열어 향을 맡고 나서 드셔보세요. 훨씬 맛이 깊게 느껴질 거예요. 그리고 이 다기들은 김해에 있는 무무요 작가님께서 제작하신 다기예요. 참 매력적이죠?”

    메뉴판 앞, 투명한 유리샬레를 열어 찻잎향을 맡아보며 마시고 싶은 차를 고른다. 주문과 동시에 한 사람이 다구들을 일일이 뜨거운 물에 예열한 뒤 손님 앞에 내어간다. 대로 만든 깔개 위에 찻주전자와 물을 식히는 숙우, 찻잔과 찻받침, 거름망이 가지런히 놓인다. 찻물을 부어주며 차와 관련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지난 2020년 11월 창원중앙역 인근에 문을 연 ‘온은 티하우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온은 티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정원(28) 대표는 티소믈리에·티블랜딩 수업을 듣고 차의 본질에 다가가고파 제주에서 이 대표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분들과 함께 ‘제다’를 배웠다.

    이 대표는 “차를 판매하는 곳은 많지만 주로 티백을 이용한 해외차 중심이어서 젊은 감각을 담으면서도 편하게 우리차를 접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보려고 했다”며 “특히 경남에는 자랑할 만한 하동 녹차와 김해 장군차가 있는데도 이 차들을 알아보고 맛볼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이 없다고 생각해 개점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 차를 ‘온전히 은은하게’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처럼 제 역할을 하게 됐다. 앞으로 경남의 차와 다구들을 좀 더 알리자는 뜻을 갖고 여러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동군청에서 진행하는 ‘하동차편’을 이용한 티클래스, 김해 무무요 작가와 협업한 다구를 판매하고도 있다.

    김해에는 ‘금란다원’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시절인연 다회’를 마련해 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6인 이내의 소수인원만을 대상으로 차생활에 대한 이로움을 설명하고, 여러 종류의 차를 시음하며 각 차에 어울리는 티푸드를 곁들이며 차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는 김해의 장군차와 장군녹차로 만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하동군/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하동군/

    ◇하동차편으로 떠나는 차여행

    하동군청으로부터 하동 소재 다원 소개와 잎차들이 동봉돼 있는 책이 배달됐다. 하동군청이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배포한 ‘하동차편’이다. 하동으로 오는 티켓이라는 동시에, 차가 담긴 책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하동세계차엑스포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였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관아수제차와 만수가 만든 차, 청석골 감로다원을 담은 ‘하동차편 제1편:녹차의 숲’은 추가 제작요청이 쇄도했다. 트렌디하면서도 손쉽게 질좋은 잎차를 접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 많았다.

    하동차편에 동봉돼 있는 하동 잎차들./하동군/
    하동차편에 동봉돼 있는 하동 잎차들./하동군/





    하동군청 김나은 주무관은 “판매목적이 아니라 하동차에 접해 보시라는 의미에서 한정수량으로 기념품 같이 제작한 것이었는데 구매를 할 수 없냐거나 추가로 제작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 관심에 놀랐다”며 “일일이 저희 군청 직원들이 포장하고 보내서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물이 정말 예쁘게 나왔고 인스타그램 등에 좋은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이 많아 이번 기회로 하동을 더 알릴 기회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동차편을 배송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더현대 서울’에서 지난해 10월 25일부터 나흘간 하동차편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를 개장했고, 하동차편이 책 형태라는 것에 착안, 작은 책방에서 책을 사면 하동차편을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현재 제2편을 배포 중으로 서울 티하우스에서 하동 제다 장인들이 직접 차를 내려주는 클래스도 진행한다. 차 농가들의 태도도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하동군청 관계자는 “농가분들이 처음에는 보수적인 입장이셨지만 1편 만들어보시고는 홍보가 잘 된다는 걸 체감하신 이후에 더 잘 도와주시고 다른 농가에서 참여 신청도 들어왔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하동차편을 발행해 하동차를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하동군/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하동군/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하동군/
    하동차편으로 진행된 티클래스./하동군/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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