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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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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기름값에 도내 화물기사들 ‘시름’

창원 일부 경유 2000원대 넘어서
유류비 한 달 100만원 더 들기도
정부 유류세 내리며 보조금 깎아

  • 기사입력 : 2022-03-14 21: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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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0원대이던 기름값이 치솟더니 이제 2000원대를 넘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올라가는 기름값에 아침에 눈 뜨기도 무서워요.”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운송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도내 화물기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창원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리터당 2059원에 판매되고 있다./김승권 기자/
    14일 창원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리터당 2059원에 판매되고 있다./김승권 기자/

    14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화물차공영주차장. 45년간 화물차를 운전한 이동명(62)씨는 대뜸 서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경유 2750원’이라 적힌 한 주유소 가격표다. 그는 “경남도 이렇게 가격이 올라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지만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경남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1888원을 기록했다. 1518원이었던 지난달 동일보다 370원이 올랐다. 이는 평균 가격일 뿐 실제 창원 지역에 경유값이 2000원대를 넘긴 주유소가 여러 군데 나왔다. 팔용동 화물차공영주차장에서 만난 기사들은 일거리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평소 매월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을 기름값으로 사용해 왔는데 최근 유류값 상승으로 한 달 평균 100만원 이상 더 지출되고 있다고 한숨짓는다. 각종 차량 비용과 세금, 지입료, 트럭 할부값 등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정해져 있어 하루 종일 일해도 손에 떨어지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기사들에게 유가 상승은 악몽이나 다름없다. 운송비는 오르지 않는데 트럭의 ‘밥값’만 천정부지로 솟으니 속만 까맣게 타 들어간다.

    14일 창원 의창구 팔용동 인근 한 주유소에서 화물기사가 주유를 하고 있다.
    14일 창원 의창구 팔용동 인근 한 주유소에서 화물기사가 주유를 하고 있다.

    이동명 씨는 “우리 기사들이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경유 L당 2000원 아래를 기준으로 매달 15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일요일 빼고 주 6일을 뛰어다녀도 그 정도가 안 되는 때가 태반입니다. 기름값이 2000원을 넘어서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탄식했다.

    정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화물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유가보조금 지급 단가를 낮췄다.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내린 정책이다. 화물차·우등고속버스·경유 택시의 경우 유가보조금은 L당 345.54원에서 239.79원으로 30%가량 낮아졌다.

    35년간 화물차를 몬 허효종(55)씨는 “유가가 곧 생활과 직결되는 화물기사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기 이전보다 지금이 더 올라간 상태인데 유류세 인하했다고 보조금이 깎여나갔다”면서“운전이 생업인 이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조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화물기사인 박상현(48)씨는 “이대로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해서 기름값이 올라간다면 화물기사들이 운송을 포기하는 대란도 분명히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물연대는 유가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정부 차원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기준 화물연대 경남지부 본부장은 “유가보조금을 생업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높여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 또한 국제유가가 안정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운영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 어태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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